[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김경배님의 제2공항 반대 단식이 연일 헤드라인 뉴스이다. 성산 제2공항 반대를 내걸고 이번이 두 번째 단식인 셈인데, 김경배님이 다시 단식을 재개하게 된 것은 국토부가 성산 제2공항 검토위의 활동을 무산시키면서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검토위를 통해 성산 제2공항 문제가 좀 더 민주적 공론화를 거쳐 해법이 마련되길 기대했던 도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김경배님의 단식에는 나름 일정한 호응과 지지가 뒷받침 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성산 제2공항에 대해 찬반 입장을 세밀하게 피력하거나 어떤 입장을 두둔하려고 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필자는 제주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용담 공항을 확장하는 안과 성산이든 어디든 다른 지역에 최첨단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안 중 어느 것이든 기술적 편의성과 경제적 합당성 그리고 도민적 수용성 등을 따져 하나의 공항을 마련하는 것으로 했으면 하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서 성산 제2공항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제주 섬에 2개의 공항을 두는 것도 토지 활용이라든가 공항 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제주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서 지난 정부 때 일방적으로 선정되어 발표된 성산 제2공항이 과연 위에서 얘기한 최소 3가지 차원의 타당성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이게 부족하다면 사후라도 입지 선정의 타당성을 보강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고 성산 제2공항이 제주 신공항 입지로는 문제가 많다고 하면 더 좋은 대안이 없는지 다시 따져보는 게, 민주사회의 순리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도민들은 늦었지만 제주 신공항 타당성 검토위가 구성되어 여기서 지적된 사항들을 보강하면서 성산이든 다른 어느 곳이든 새로 신공항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2018년 12월 13일 사실상 국토부가 검토위의 활동기간 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성산 제2공항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가 버렸다. 그리곤 곧바로 국토부는 12월 28일 성산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함으로써 사실상 제주 신공항 관련해서는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고 추진을 감행해 나가고 있다. 김경배님의 단식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국토부의 막무가내 행정과 도민 무시에 대해 분노하고 비판하는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볼 것이다. 촛불정부이며 지방분권을 중시한다는 문재인정부도 기술관료주의적 편의와 행정 조치의 안정성에만 매달리면서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2019년 벽두부터 성산 제2공항 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과 힘겨루기가 제주도와 손잡은 국토부 쪽으로 기울여져 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는 데 김경배님의 단식은 중요한 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목숨을 걸고 합당한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외치는 김경배님의 헌신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다가 건강이 악화돼 정말 불의의 사고가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어떻게든 단식을 그만 두길 바라는 데, 단식을 거둘 명분과 성과가 없는 게 문제이다. 원희룡 지사와 김경배님의 대화도 별 소득이 없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주 신공항 문제와 같은 국책사업과 관련하여 제주도지사가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답변해 줄 권한이 있는지, 다시금 의구심이 든다. 10여년 전 강정해군 기지 때도 그랬다. 당시 김태환-우근민 지사 모두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국방부와의 사전 조율 없이 어떤 책임 있는 답변이나 입장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성산 제2공항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건 제주 지방정부의 예산이나 권한으로 수행하는 사업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원지사와 김경배님이 만난다 한들 해법이 나오기는 애초에 어렵게 되어 있다.

다행히도 작지만 실마리가 하나 보이고 있다. 오영훈 의원이 지난 1월 11일 김경배님을 만나 “제주 제2공항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타당성 재조사 검증을 위한 검토위원회 2개월 연장을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키는 국토부가 쥐고 있다. 애초에 김경배님의 단식도 국토부의 마이웨이로부터 시작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청컨대 하루속히 국토부는 검토위의 2개월 활동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에 맞춰 김경배님도 한겨울의 노숙을 끝내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되돌아 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오 의원의 언명처럼, “검토위 2개월 연장 요구가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차원의 검토가 동시에 진행된 결과에 기반 해서 나온 것”이라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사실 오영훈 의원이 강조한 바, “검토위 연장은 대통령이 약속한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우선 필요한 조치”이다. 김현미 장관에게 서면보고가 있었다고 하니, 한 번 더 오영훈 의원의 정치력에 기대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제주 신공항 추진이 한두 달 늦어진다고 하늘이 무너질 일도 아닌 것인 만큼, 조만간 김현미 장관도 제주도민들의 요청을 십분 받아들여 검토위의 연장 활동이 재개되길 기대해 본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