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한국은행, 전 김장법률사무소, 전 건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현 금융위원회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 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주도는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주특별자치도법”)에 근거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갖고 있다. 즉 사람, 자본, 상품의 국제적인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사람의 국제적인 이동이라 함은 결국 제주도에서는 관광 산업의 육성을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관광 산업은 제주도에서는 비교적 자리를 잡고 있다. 상품의 국제적 이동은 무역 거래의 중심을 의미하는 것인데, 국제 무역 거래 관련 산업은 제주도 지역에서는 아직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외국 자본의 투자 등 자금 흐름의 자유로운 이동을 말하는데, 금융 산업이 적합한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제주도 지역에 금융 산업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즉 제주도는 현재 관광 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고, 다른 산업 육성에 관해서는 그다지 크게 논의가 되고 있지 않고 있다. 이렇게 단일 산업 위주의 경제 구조는 장기적인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관광 산업이 침체가 되면 제주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제주도에 산업 구조의 다각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제주도는 청정 지역이라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이를 살릴 수 있는 산업은 첨단 정보기술 산업과 더불어 금융 산업이다. 즉 제주도의 천혜적인 자연 환경의 특징을 살리면서 관광 산업과 더불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금융 산업이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금융 산업은 주요 관심사가 아닌 것 같다. 제주도 당국도 금융 산업의 육성에 대한 정책을 우선 순위로 두는 것 같지가 않다. 2000년대 중반 제주도 지역을 비거주자를 대상으로 금융업을 영위하는 역외금융업 중심의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자는 논의는 있었으나, 논의에 그쳐버리고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제는 이러한 논의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역외금융중심지 추진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하나씩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는데, 지금은 역외금융중심지 추진 동력이 떨어진 것 같다. 어떤 전기(轉機)가 필요한 때이다.

그 방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제주도 지역에 금융 산업 육성 추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금융중심지 지정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관련 법인 「금융중심지 조성 및 발전에 관한 법률」(“금융중심지법”)은 일정 지역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 지역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받게 되면 정부의 재정 지원과 입주 금융기관에 대한 세제 감면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지므로 제주도 지역에서 금융 산업을 육성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08년에 제주도 당국이 금융중심지법에 의거하여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을 한 적이 있었지만 지정을 받는 데 실패했다. 이제 10여년이 흘렀는데, 그동안 경제와 산업 여건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금융중심지 지정 추진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중심지 지정을 이미 받은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의 경우 금융 산업이 발전한 것을 보면 금융중심지 지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산광역시는 2009년에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서 한국거래소를 포함한 여러 금융공공기관이 유치되는 등 금융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파생상품 및 해양 금융에 특화한 금융중심지를 지향하고 있는데,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부산대학교 및 한국해양대학교에 공동 학위 과정의 금융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파생상품 및 해양 금융에 특화된 금융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어느 정도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부산광역시의 사례를 볼 때 제주도도 금융중심지로 지정받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금융중심지 추진을 전담할 민간 기구를 만들어 이 기구가 지속적인 추진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기구가 설립될 때까지는 당분간 국제자유도시 추진 업무를 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나서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게 되면 별도의 민간 전담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중심지 추진과 육성을 위한 별도의 기금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 제주도 당국은 물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및 중앙정부의 출연이 필요하다. 제주도 당국에도 금융중심지추진기획단을 설치하고 외부 금융 전문가를 개방형 직위로 채용하여 지속적인 금융중심지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관(官)이 주도해서는 안 되고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주도 의회도 마찬가지로 이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여야 한다. 제주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하여 금융 산업 육성 필요성과 중요성을 잘 홍보하고 설득하여 지역 주민의 전향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 국제적인 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언어 소통에 있어서 문제가 없어야 하므로 제주도 지역만이라도 영어 공용화를 하는 것을 심도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이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영어 공용화를 통해 외국인들이 언어 소통에 불편이 없도록 한 데에도 있다. 제주도에는 특별히 제주특별자치도법이 적용되므로 제주도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공용화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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