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홍성추/ 에너지경제신문 사장, 전 서울신문STV 대표이사

제주도 공무원의 명함을 받아보면 ‘제주특별자치도 000’이렇게 쓰여있다. ‘특별자치도’란 이름만 보면 뭔가 특별한 느낌을 지울 수 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와는 구분되는 ‘특별’이라는 이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별자치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현장 기자로 지켜본 필자로선 씁쓸하게 다가올 뿐이다. ‘이건 아니다’라는 마음 당시나 지금도 변함이 없다. 중앙정부는 용어만 ‘특별’이라고 사용하게 했을 뿐 예나 현재나 특별 대우하는게 없다. 도지사는 당시 자기 권한만 강화하려고 기초자치 단체장 직선제를 없애 버리고 임명직으로 탈바꿈 시키고 말았다.

지금 제주의 현실을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중앙 정부에서 ‘제주특별자치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가를 지적하자는 것이다. 중앙정부 장 차관에 제주 출신 인사가 아무도 없다. 아무리 1% 조금 넘는 인구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전철을 밟던 강원도는 어떤가. 경제 수장과 금융 수장이 대부분 강원도 출신이다.

제주는 왜 이렇게 홀대를 받아야 하는가. 혹자는 인물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할지 모른다. 실제로 현정부에서 목소리를 내는 인사와 면담때 필자에게 그런말을 한적이 있다. 추천하고 싶어도 추천할 인사가 없었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행정고시 출신 1급 이상의 인사는 차고 넘친다. 차관은 인사청문 대상도 아니다. 전 정부에 어디에 있었느냐, 코드가 맞느냐, 정치적이냐를 따지면 물론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그렇다고 차관 할만한 사람 한사람도 없다고 강변한다면 이건 ‘홀대를 넘어 무시당했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대폭적인 차관급 인사를 할 때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것도 사실이다. 16개 부처 차관급 인사를 발표했지만 제주 출신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호남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3명의 차관이 탄생하는 ‘경사’가 있었지만 제주 출신은 아무도 없었다. 제주 전체가 전라도의 한 고등학교만도 못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권 출범을 거들어 한자리 차지하는 인사들이 더러 있기는 하다. ‘00특보’니, ‘00위원장’이란 명함으로 메스컴을 장식하는 인사들이다. 국회의원도 3명 모두 여당 의원들이다. 이 분들이 이러한 ‘홀대’를 제대로 인식이라도 하고 있을까.

역대 정권 중 이렇게 ‘무시’를 당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여겨진다. 문 대통령이 4월3일 제주에 와 추념사를 읽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인가. 제주의 일부 인사들은 보수 정권때 ‘4.3’행사에 대통령이 내려오지 않는다고 온갖 난리를 쳤다. 문 대통령은 보란 듯이 제주를 찾고 축사도 했다. 그렇다고 제주를 예우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도(道)인가 도(島)인가를 묻는 것은 제주인의 자존심 때문이다. 일전에 정권 실세라는 분에게 제주 인재를 좀 추천해 달라고 했었던 적이 있다. 그 때 그 인사가 하는말 ‘제주 사람들에게 이 친구 어떠냐고 물으면 대부분 깎아내려 추천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필자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혹시 지금도 그런 것은 아닌가. 행여 자신의 ‘정적’이 될까봐 동향 사람들의 ‘출세’를 막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곧 문제인 정부 2기 내각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도 지금처럼 정무직 장관자리에 제주출신 인사 한명도 포함되지 않는다면 현 정부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최소한의 도민 자존심은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제주인들의 자성과 자강 역시 필요하다. 자기만 잘났다는 그 ‘우물안 우월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우물안 우월주의는 제주가 좁고 혈연 학연으로 대부분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 집안 내력을 너무 잘 알뿐 아니라 학교 다닐 때 품행이며 성적까지 꽤고 있으니 툭하면 ‘그렇게 잘나시냐’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우물안 우월주의’를 버리고 배려와 인정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한다.

어쩌면 도민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잘난 사람만의 ‘친목단체’가 아닌 도민회가 재외 도민 모두의 광장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묵묵히 현직에서 일하고 인정 받는 제주 출신 인재들을 발굴, 더 잘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고 격려해주는 그런 울타리 역할을 했으면 한다.

그래야 중앙정부에서도 제주를 도(島)가 아닌 도(道)로 인정해주지 않을까.

* 이 글은 서울제주도민회신문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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