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사전선거운동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이 지난 21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 25일 선거캠프 개소 기자회견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자료사진 제주투데이

제주지방검찰(이하 제주지검)은 원 지사가 지난해 5월 23일 서귀포시 웨딩홀과 5월 24일 제주관광대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자신의 공약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사전선거운동기간위반죄로 당선무효형인 150만원 벌금형을 구형했다.

원 지사가 이미 여러차례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어서 사전선거운동 제한 규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약 발표를 강행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원 지사 측에서 이번 선거법을 대하는 태도와 반론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 지사가 이번 공판을 대하는 법리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법리 주장1: "단순한 정책 홍보...선거운동 아니다"

원 지사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소백'은 첫번째 법리 주장으로 원 지사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운동'에 대해 "특정선거에서의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로 선거인이 명백히 인식할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근거해야 한다"며 "정치인이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려는 목적이었어도, 선거 당선을 도모하는 의사표시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시 원 지사의 활동은 간담회와 축제장에서 인사말과 축사를 한 것이며, 이미 5월 초 발표했던 공약을 설명했을 따름이라는 주장이다.

▲작년 5월 24일 제주관광대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원희룡 당시 예비후보의 모습

◎법리 주장2: 예비후보자로서 지지호소한 것...법 위반 아니다

두번째 법리 주장은 불특정다수가 아닌 제한된 장소와 인원에게 한 행위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설사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으로 본다고 할지라도 허용 규정이 불명확하니 피고에게 유리한 법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직선거법 60조의3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예비후보자는 명함을 직접 주는 행위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가 허용된다. 다만 지하철역 구내나 선박·정기여객자동차·열차·항공기 안, 터미널 구내, 병원·종교시설·극장 안에서는 이런 행위가 금지된다.

따라서 원 지사가 공약을 발표했던 웨딩홀과 제주관광대 행사장 등은 '개별적 지지호소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리 주장3: "사전선거운동 제한은 위헌"

마지막으로 변호사가 제시한 것은 사전선거운동 제한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문이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변호사측은 "민주주의가 발달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선거운동기간을 제한하는 입법례는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찾을 수 없다"며 "한국처럼 전면적이고 포괄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나라는 일본과 필리핀 뿐이며, 일본의 경우도 해당 범위가 좁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변호사측은 "재판부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의 헌법적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음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주지법의 모습. 결국 원 지사의 정치생명은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사진출처 제주지방법원

◎사전선거운동 피하기 어려울 것...핵심은 벌금액수

하지만 이같은 원 지사측의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다른 선거에서 사전선거운동으로 형을 받은 사례가 많기 때문. 결국 당선무효형인 100만원 이상이 되느냐 아니냐가 이번 공판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 지사측은 예비적 주장으로 양형(형벌을 정하는 일) 의견으로 권고형 범위를 30만원~90만원 사이가 된다는 견해를 재판부에 밝혔다.

특히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 결과가 11% 이상의 큰 득표차를 기록했기 때문에, 두 건의 사전선거운동이 선거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역설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2007년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당선무효형에 이어, 제2차 김태환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이 2건이며, 5월 일정만 봐도 도지사라는 명분을 이용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제주정계에서는 지난해 권영진 대구시장이 원 지사와 비슷한 혐의를 받았지만 90만원 벌금형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 지사도 살아남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비치고 있다.

제주도내 법조계의 한 인사는 "당시 상황 전반을 종합해서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쉽게 무죄다 유죄다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어느 부분이 더 가능성이 높다를 따지기보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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