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입지선정 재조사 검토위 중단, 정부 신뢰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제주도청 앞 천막 "추가 행정대집행 없을 것"

구 현대극장 철거 "매입 약속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 벌어져"

제2공항, 영리병원, 난개발 등 온갖 사회적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제주도청 앞 제2공항 반대 농성천막 강제철거로 국토부와 제주도에 대한 비판이 제주시로 옮겨가기도 했다. 지난 1월 25일 고희범 제주시장을 만나 다양한 지역 현안에 대해 물었다.<편집부>

고희범 제주시장(사진=김관모 기자)

-제주4.3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공동 대표 등을 맡아 4.3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번 4.3수형생존인 재심 판결을 바라본 소회가 어떤지.

많은 분들이 애를 써서, 시대가 달라지고 역사의 물줄기가 달라진 상황에 알맞은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분들이 겪은 억울함과 피해 정도는 어떤 방법으로든 계량할 수 없고 회복하기 어렵다. 그분들께 큰 위로가 된 결정이라고 본다.

-제주4.3, 어떤 과제들이 시급하다 보는지.

희생자에서 제외돼 있는 분들이 많다. 남로당 간부였다거나 하는 이유로 희생자에서 제외된 분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당시 상황을 봐야 한다. 그 분들이 무슨 주장을 했는지 남한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통일정부, 진정한 독립국가 완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주도에서만 있었나? 아니다.1948년 서울에서 여론 조사를 한 게 있다. 당시 시민 1260여 명에게 선거인단(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제헌국회 총선 선거인단<편집부 주>) 등록을 자발적으로 했는지, 강압에 의해서 했는지를 물었다. 자발적으로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사람이 7%인가 그 정도 밖에 안 된다. 국민절대다수가 남한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했다. 제주도만 그런 게 아니다. 근데 왜 제주도민들은 죽어야만 했나. 4.3 발발의 전사(前史)와 진짜 이유가 뭔지를 봐야 한다. 1947년 제주 3.1대회에서 나왔던 주장이 무엇인지, 그 뒤 제주도민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1948년 4월 3일 봉기한 사람들은 무슨 주장을 했는지 다시 한 번 들여다 봐야한다.

-쓰레기 매립장 포화에 따라 새 매립장을 확보하는 등 보다 본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쓰레기 문제 어떻게 풀어가게 될지.

매립장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쓰레기 매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쓰레기 발생 원천 절감, 재사용 및 재활용 극대화 매립 없는 전량 소각 등 쓰레기 관련 3대정책을 정착시켜나가고자 한다. 자원재활용 확대를 위해 3R 자원순환 재활용센터 건립으로 자원순환사회 기반을 조성하고 현재 28개소인 재활용도움센터도 35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포상금제를 운영해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불법 무단투기 행위를 강력히 조치할 방침이다.

-역사적 가치가 큰 구 현대극장이 결국 철거됐다. 시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소유자를 직접 만나서 매입 약속을 했다. 무리가 되더라도 원하는 가격을 주겠다고 했다. 안전 등급 E등급을 받아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즉각 전문가를 보내서 진단했다. 필요한 조치들을 하고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을 끌다가 느닷없이 철거했다. 황당해서 어디 홀렸나 싶었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

고희범 제주시장(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청 앞 농성천막 행정대집행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졌다.

고민이 많았다. 제주시를 관리할 책무를 지닌 시장으로서의 역할과 제주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해야 할 책임을 느끼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이 부딪히는 대목이 있었다. 처음 천막은 목숨을 건 한 인간의 우주가 담겨있는 천막이었다. 그 다음 천막들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성향을 고려했을 때 시장 신분이 아니었다면 이와 같은 농성에 대해서 우호적인 입장이었을 것 같은데.

(웃음) 행정대집행 후 더 천막이 더 늘었다. 추가적으로 행정대집행을 한다고 해도 실익은 없겠다고 판단된다. 갈등이 더 심해질 거고.

-추가 행정대집행은 당분간 없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도로법 위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익이 없다. 시장의 역할은 여기까지. 하지만 주장의 의미나 무게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불법은 불법이다. 시장으로서 난처한 부분이 있다. 이런 얘기를 시장이 해도 될까 모르겠지만, 항의의 대상이 국토부 아닌가. 제2공항 갈등 해결에 있어 제주도가 무슨 결정을 할 힘이 있나.

-농성 중인 이들은 ‘제주도가 국토부에 기본계획 중단 등을 요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주인공은 국토부다.

-제2공항 관련해 국토부의 행보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국토부도 자기 역할을 해야 하다. 국책사업을 하면 그게 단가. 제주도민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든다고 하는 공항이다. 제주도민들에게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검토위를 통해 문제가 제기됐으면 국토부가 성실하게 해명하고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왜 안 하나. 왜 검토위를 닫나. 그것은 정부의 신뢰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고, 사업을 시행하는 부처로서도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오죽하면 제주도의회 의장이 도민이 결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겠나. 도민을 위해 만든다고 하는 시설에 대해 도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도민들이 이해는 해야 하지 않겠나. 왜 제2공항 기본계획 발주 착수보고회를 제주도가 아닌 세종시에서 하나. 왜 이해시키기보다 밀어붙이려 하나. 1~2년 늦어진다 한들 어떤가.

-제2공항성산읍반대위 등은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단, 검토위 재개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같은 입장이라고 보면 되나.

사전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에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지 않았나. 반드시 검토해야할 내용이 간과된 부분들이 있다. 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으면 해명해야 한다. 근데 왜 해명하지 않나. 의혹들을 검토위에서 해결할 자신이 없다는 건가. 상식적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타당한 문제제기가 나왔으면 마무리 짓고 가야한다.

-김경배씨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1년 전 겨울에도 김경배씨를 만났다. 시장으로서보다 목숨 걸고 뭔가를 주장하고 있는 김경배씨에게 같이 좀 가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목숨 걸지 않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단식 열흘이 지나면 장기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김경배씨가 지난 번 단식이 끝나고 섭생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몸이 많이 상했다. 걱정된다. 우선 몸부터 추스르길 바란다.

-민선 7기 인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제주시에서 중요하게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적절한 인물을 잘 배치할 수 있었다. 부시장, 국장급 이동 요인이 없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시정을 운영할 수 있어 아주 만족하고 있다. 시청과 도청 간에 인적 교류를 한다. 우리가 보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에서도 나이나 직급, 근무연수가 비슷한 인원을 내놓는다. 인적 교류를 할 때는 시청 도청 간에 상호 동의가 필요하다. 7급 정도 되는 사람들을 뽑아가는 경우가 있긴 하다. 이번에 시청 직원 9명이 도청으로 갔다. 근데 그건 그 공무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시청에서 뽑은 9급 공무원이 7급이 되면 도청으로 가서 실력을 키우고 다시 시로 돌아와 일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단순히 직원을 빼앗긴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다. 사람을 키운다는 의미가 있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현 시장의 입장이 궁금하다.

우선 기본적으로 어떤 내용이던지 시민들이 상세히 알도록 기회를 줘야 하고, 그걸 기초로 시민들이 결정토록 하는 큰 원칙을 전제해야 한다. 행정시장 직선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정시가 법인격을 갖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 기초의회 부활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전국적으로 광역화가 추세 아닌가. 제주도가 광역화 테스트 1호 지역이었다. 이걸 돌려놓으라 하면 정부나 국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고민 끝에 차선책으로 행정시장 직선제가 나왔다. 의회가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능한 방법은 상설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상설특별위원회가 시의회 역할을 하면 된다. 제주시, 서귀포시 사무에 대해 상설위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해당 시에서 발생하는 세수의 일정 퍼센테이지를 보장해서 예산을 편성토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선출 시장과 상설위 체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당연한 우려와 지적이다. 준 자치단체니까 법인격도 없다. 전국 시장들이 모이는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한다. 다만 이게 현실적으로 제주도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9년 시정 운영의 주안점은 무엇인지.

시민행복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시민들이 신뢰 수 있는 행정을 강조하고 있다. 시민 신뢰를 위해 시민의 기대보다 조금 더 행정서비스를 강화해 시민들이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하고자 한다. 공무원은 시민들을 위해서 존재한다. 시민들이 공무원을 시민들을 괴롭히는 존재로 인식하면 그건 시의 책임이다. 시민들이 볼 때 ‘그래 공무원들이 추진하는 방향이 옳다’는 생각이 들도록 신뢰를 얻는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터뷰·정리=김재훈, 김관모 기자>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