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최종보고서

영남권신공항 사타 보고서 분량의 절반도 안 돼

구체성 결여로 논란 자초, 사회적 혼란 야기

제2공항 입지를 성산읍으로 결정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국책사업 연구의 경우 국책사업이라는 명분, 또는 보안유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연구 과정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상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평가 및 분석과 결과 도출에 대한 논란이 종종 따른다.

국민들이 제주 공항인프라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공개된 자료는 사실상 최종보고서 뿐이다. 그러므로 이 최종보고서가 평가 및 분석에 대한 기록을 얼마나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지, 연구에 활용한 데이터를 얼마나 충실하게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 논할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연구 내용에 대해 알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연구 과정과 근거들을 충실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편집부 주>

1년 채 안 되는 시기에 이뤄진 두 용역 최종보고서 현격한 질적 차이 보여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 제출문.

박근혜 정권 당시 영남권과 제주도에서 공항 인프라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이 실시됐다. 2014년 12월 발주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검토 연구 용역과 2015년 6월 발주한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연구 용역. 이 두 연구 용역은 1년이 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실시됐다. 두 연구 결과 모두 최종보고서 방식으로 발간, 공개됐다. 해당 최종보고서들은 ‘온-나라 정책 연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공항 인프라확충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은 한국항공대학교 산학협력단 컨소시움이 맡았다. 2014년 12월 4일 일반경쟁 입찰로 한국항공대학교 산학협력단이 7억9970만원에 계약했다. 용역진으로 한국한공대학교, 국토연구원, (주)유신이 참여했다. 국토부와 용역진은 2015년 11월 10일 성산읍 지역이 제주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영남권신공항 사타 최종보고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2015년 6월 25일 19억2000만원에 발주받았다. ADPi는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인 ENR이 선정한 세계 3대 공항설계 회사로 꼽는 정도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공항설계업체다. 외국 업체가 해당 용역을 맡게 된 계기가 있다. 용역 발 주 전 영남권 시도지사들이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국제입찰을 요구했고, 이에 ADPi가 영남권신공항 사타 용역을 맡게 된 것이다.(사타 용역에 대한 각종 의혹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제주도 입장에서는 주목되는 부분이다) 영남권신공항 사타 연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요구는 용역 과업시지서에도 수차례 강조·반영되고 있다. ADPi 컨소시엄은 약 1년 동안 영남권신공항 사타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영남권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제주 공항인프라 사타와 영남권신공항 사타 두 용역진이 제출한 최종보고서는 우선 그 무게감부터 다르다. ‘제주공항 인프라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최종보고서’는 317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보고서는 787페이지에 달한다. 단순히 양적으로 보면 제주 공항인프라 사타 최종보고서는 영남권신공항 사타 보고서에 비해 반쪽짜리 보고서인 셈이다. 물론 연구 보고서의 성과를 단지 양적인 면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두 용역의 과업지시서들은 최종보고서 분량 등을 별도로 지정하지는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에 국토부와 용역진 간 보고서 작성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두 최종보고서의 분량 차이는 용역진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물론 보고서의 분량 자체는 연구 용역 자체의 충실성을 판단하는 직접적인 근거는 되지 않는다. 충실히 과업을 수행하고서 최종보고서에는 그 내용을 제대로 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자 한다면 보고서의 분량이 늘어나는 것은 상식적이다. 또 상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신뢰를 얻기 마련이다. 반대의 경우는 연구 용역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주된 갈등의 양상은 시민들이 최종보고서에 담겨져 있지 않은 사안들을 발견한 뒤 문제를 제기하면 국토부와 용역진이 '문제는 없다'고 해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용역에 문제가 없지만 최종보고서에 담겨 있지 않을 뿐이라는 것. 제주 공항인프라 사타에 쏟아지는 숱한 의혹에 대한 국토부와 용역진의 해명이 모두 옳다고 전제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한 내용들을 최종보고서에 충실하게 담지 않아 사회적 갈등을 자초했다는 지적과 구체적이지 않은 최종보고서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혼란의 책임이 제주 공항 인프라 사타 용역진에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영남권신공항 사타 과업지시서에 담긴 ‘공정성·객관성’ 항목..제주 공항인프라 사타 과업지시서에는 無

두 용역 보고서의 분량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할까. 두 과업지시서가 지시하고 있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제주 공항인프라 사타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관련 각종 여건 분석 및 전망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대안 선정 △대안별 세부 평가 및 최적대안 선정 △최적대안에 대한 추진 방안 제시 △인프라확충 사업 완료시까지 현 제주공항의 효율적 시설․운영 개선 방안 제시 등 5개 항목을 주요 과업내용으로 삼고 있다. 영남권신공항 사타의 주요 과업내용은 △일반 현황 조사 및 분석 △최적대안의 선정 △향후 추진방안 제시 등 3개 항목이다. 세부항목을 보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 영남권신공항 사타 용역의 경우 '일반 현황 조사 및 분석' 과업 안에 '영남권 기존공항의 시설 및 운영현황과 장래 개발계획 등을 조사·분석한다'는 세부항목을 담고 있는 정도다.

영남권신공항 사타 과업지시서는 과업 세부내용 및 과업 일반지침을 통해 다음처럼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를 위해 입지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시에는 시추 등 현장조사, 가상 시뮬레이션, 각종 기초자료 수집 및 분석 등이 충실히 이루어져야 한다.(과업 세부내용 中)>, <"용역기관"은 본 용역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하며 어떠한 외부의 간섭이나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아야 한다.(과업 일반지침 中)> 그러나 공정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는 이 두 항목은 제주 공항인프라 사타 과업지시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연구 용역 과업지시서의 일반지침 中. 제주 공항인프라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과업지시서에는 찾아볼 수 없는, 사업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지침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두 용역의 후보지 수가 분량의 차이를 유발하지 않겠냐는 의문이 가능하다. 그러나 용역진이 각각 검토한 신공항 후보지의 수는 비슷하다. 제주 공항인프라 사타의 1단계 후보지는 31개, 영남권신공항 사타의 1단계 후보지는 35개다. 두 용역 간 후보지 차이는 4개에 불과하다.

그러면 어디에서 두 보고서 간 분량 차이가 발생할까. 영남권신공항 사타 보고서는 사례 및 연구과정과 평가 기준 근거를 밝히기 위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항목별 배점 기준은 공항 입지 선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제주 공항인프라 사타 최종보고서에 기록된 평가 방법론과 각 평가 항목의 가중치 결정 근거는 영남권 신공항 사타 최종보고서에 비하면 그 구체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영남권신공항 사타 최종보고서는 제주 공항인프라 사타 최종보고서에서 누락하고 있는 데이터들까지 상세하게 수록하고 있다. 구체적인 설명과 자료의 차이가 보고서의 분량을 통해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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