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앞에 걸린 현수막(사진=김재훈 기자)

가족이 모여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나눠먹으며 복을 기원하는 설날. 제주도청 앞에서는 단식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제주제2공항 기본계획수립 용역 중단 등을 요구하며 일간 단식농성을 벌여온 김경배씨가 체력 저하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김경배씨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도청 앞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단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단식 농성중인 세 여성.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경미, 엄문희, 최성희씨.

윤경미씨, 엄문희씨 두 여성이 기본계획 중단 및 지난 행정대집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20일째 단식농성중이다. 최성희씨도 합류해 13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윤경미, 엄문희씨의 단식농성이 20일째를 맞이하면서 이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설날 제주도청 앞에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도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반대위 집행위원장 등도 단식자들을 찾아와 힘을 보탰다.

세 사람은 제주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강행 등에 대한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단식농성에 나섰지만 도민사회에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제2공항이 지어지면 공군기지로 활용될 것이라며 제주의 군사기지화가 우려된다면 기본계획 수립 용역 단계인 현시점에서 도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경미씨.(사진=김재훈 기자)

세 사람 중 윤경미씨는 체력이 급격히 쇠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식 20일이 넘어가며 단식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는 시점이다. 윤씨는 현재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텐트에서 누워서 지내고 있다.

윤씨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비민주적, 폭력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주의 도지사, 도의회, 국회의원 모두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시민이 가장 마지막저항인 단식을 선택하게 만든 정치인들의 무능함에 환멸을 느낀다. 정치인들의 대답을 반드시 듣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단식 20일을 맞이했지만 찾아와 얘기를 듣는 도내 정치인들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천막촌사람들은 “단식이 길어져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려야만 정치인들이 찾는 시늉이라도 하려는 건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20일째 음식을 끊으면서까지 간절히 전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려 하는 정치인들이 없다는 것.

엄문희씨(사진=김재훈 기자)

엄문희씨는 제2공항 추진과정에서 원희룡 도정의 무능과 무책임이 갈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엄씨는 “우리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단을 요구해왔다. 거기에 더해 제주도와 제주시공무원들로부터 폭력(농성천막 철거 행정대집행 등)을 겪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단식농성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엄씨는 “고희범 시장에게 사과를 받고자 했으나 여전히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가 보이지 않는 존재인가 모르겠다.”며 행정대집행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최성희씨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공군기지로 이용되고 결국 제주도가 군사기지화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최성희씨(사진=김재훈 기자)

최성희씨는 국책사업으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파괴된 강정마을을 떠올렸다. 최씨는 “강정마을 구럼비에 처음 포클레인이 들어오던 날이 떠오른다. 제2공항으로 인해 성산의 오름이 파헤쳐지고 제주도가 파괴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씨는 무엇보다 제주의 군사기지화를 우려했다. “제2공항은 공군기지로 사용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제주가 군사기지화 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 막아야 한다.”며 천막농성에 함께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도민들의 관심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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