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강광일/ 前) 서울제주도민회 상근부회장

지역감정이나 지역차별은 어느 시대에나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서나 늘 실재해 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역감정은 특정한 지역에 현재 살고 있거나 그 지역 출신 사람들에게 다른 지역 사람들이 갖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편견을 말하는데, 이러한 지역감정은 상대적이지요. 서로 상대 지역에 대한 비우호적 감정을 갖는 것인데 비해 지역차별은 얘기가 좀 다릅니다. 지역차별은 지역적 차등을 두어 차별을 하는 쪽과 차별을 받는 쪽이 있다는 것이 지역감정과 또 다른 의미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차별도 알고 보면 결국 지역감정에서 나오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여기서 지역감정과 지역 차별의 사전적 의미나 파악하고자 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나라의 중앙 정부가 제주도에 대하여 지역적 차별 내지는 홀대가 너무 심하다는 겁니다.

제주도가 인구로 보나 면적으로 보나 대한민국의 1%라는 소수임은 인정합니다. 그러니까 제주도는 1%의 지분만큼만 대접 받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날 민주 국가의 헌법 정신에 대한 그의 무지를 지적하겠습니다.

민주주의 원칙에는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 또는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제주도가 지역적으로 1%의 지분에 제한되지 않을 헌법적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다음 말씀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현재 중앙 정부의 제주도에 대한 차별 중에 인사차별이 두드러지게 자심합니다.

아시다시피 역대 어떤 정권, 어느 정부에서일지라도 인사의 지역차별을 불식하고자 노력합니다. 소위 지역 안배를 위해서 애를 쓰지요. 정부 고위급 인사의 지역 안배는 중요한 뉴스거리로 매스컴을 달구기도 하고, 잘못하면 지역감정으로 비화하여 지역 간 질시와 반목, 갈등을 야기하곤 합니다.

현 정부 내 장관과 차관 중에 제주도 출신이 한 명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까닭일까요? 이 정부는 전 정권, 전전 정권은 물론 같은 진보 정권보다도 제주도 출신 등용에 인색한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불평을 했더니 누군가 말하기를 청와대에 장관급 이상의 직책을 가진 제주도 출신이 있다고 합니다. 글쎄요. 그 정도로 지역차별 불만에 대한 말막음이 될까요?

지난 2016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제주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45.5%의 득표로 1위를 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0.9% 득표로 2위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8.3% 득표로 3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 제주도는 전북, 광주, 전남, 세종에 이어 문재인 당선인에게 5위의 득표율을 안겨주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압도적으로 밀어준 정권인데 말입니다.

굳이 논공행상을 따지거나 보답을 바라고 싶지는 않지만, 요즘 호남 쪽으로 인사 등용이 편중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제주도 사람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이 정부가 아직 계승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사 철학입니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허를 찌르는 깜짝 인사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감동을 주던 노 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유능한 아웃사이더를 발탁하여 주류로 진입시킴으로서 이 사회 주류 세력의 고착화를 막고, 기득권 세력의 비민주적 권위를 깨뜨리고자 노력한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남해 시골 변방의 리장, 군수 출신 김두관 장관 발굴은 정말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 후에도 김 전 장관은 성공적인 정치 활동을 계속하여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인사권자의 선택과 믿음에 대해서 보답했습니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중앙의 높은 분들에게 긴히 말씀드립니다. 국회의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느끼는 건데, 대한민국에서 정부 고위직이랄까 중책을 맡길 적임자를 찾기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에서만 쭈물딱 거리면서 인사 난맥상을 겪을 게 아니라 시야를 좀 넓혀서 지방, 그 중에서도 제주도에서 인재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우리 제주도에는 능력이 출중한 인재들이 넘쳐납니다. 제주도라는 지역적 한계로 좌절하거나 아예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 아까운 인재들이 차고 넘칩니다.

사실, 정부 고위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직은 물론 사기업에서까지 제주도라는 지역적인 이유로 채용이라든가 진급에서 차별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이 갈 때가 많습니다.

이제 우리 제주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중앙 정부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한 목소리로 제주의 권익을 당당히 주장해야 합니다.

유대인들이 미국에서 차별을 받습니까? 그들은 대우를 받습니다. 그들은 시기와 질투를 받을지언정 무시를 당하지 않습니다. 유대인들은 미국에 600만 명 정도 산다고 하는 데 3억 2천만 인구의 0.2%도 안 되면서도 미국을 좌지우지합니다. 그 미국이 세계를 잡고 흔들지 않습니까?

그들의 위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개개인이 탁월한 점도 있지만 그들끼리 뭉치는 힘의 막강함에서 옵니다.

그리고, 가까이 호남 사람들의 결속력을 보십시오. 그들이 부럽지 않습니까?

우리 제주인도 좁짝한 곳에서 괸당이나 찾고, 좌·우로 나뉘고, 구좌니 대정이니, 일고냐 오고냐 하는 작은 다툼들을 삼가고, 좀 더 넓은 도량으로 크게 힘을 모은다면, 중앙으로부터의 지역 홀대나 애먼 인사 차별의 괄시를 받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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