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지난 27일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가결하면서 주민투표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주도의회가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가결한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후속조치로 주민투표 카드를 만지고 있다.(편집=제주투데이)

제주특별자치도는 28일 오전 도지사 주재 긴급현안회의에서 행정시장 직선제의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여러 행정·법적 절차를 비롯해 주민투표 실시 여부 등을 의회와 빠른 시일 내에 협의하겠다”며 “특이사항이 없으면 제주도지원위원회(이하 제주지원위)의 절차에 따라 관련 법률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제주지원위는 제주국제자유도시 및 제주도청 정책을 평가하고 심의하는 국무총리 소속 합의제 기관이다.

제주도가 주민투표 등을 거쳐서 시장 직선제안을 확정하면, 제주지원위는 이 안건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한다. 

그러면 각 기관의 장은 2개월 내에 사안을 검토해 제주지원위에 회신하고, 이를 제주지원위가 도지사에게 통보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도와 각 중앙부처간의 조율이다. 도가 부처들을 설득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안으로 검토되는 것이 주민투표다. 

제주도민의 뜻이 발현된 주민투표를 거친다면 부처를 설득하기 수월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도의회에서는 도의 주민투표 카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민투표법상 투표수가 제주 유권자의 1/3을 넘겨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일단 도는 주민투표 여부는 도의회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행정안전부로부터 행정시장 직선제 사안이 주민투표 대상이 된다는 유권해석도 받아놓은 상태다.

제주도 특별행정자치국의 한 관계자는 “도의회가 주민투표안을 받으면 진행하고, 아니면 그대로 가는 방안도 있다”며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하지만, 도의회에서는 주민투표의 공을 도의회에게 미루는 것 아니냐며 이런 도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한 도의원은 “도에서 주민투표안을 들고 나오면 행정시장 직선제를 하지 않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의회에서 주민투표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인격 없는 시장을 투표로 선출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제주주민참여연대와 진보정당, 민주노총 등은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결국 주민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어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들 단체는 기초자치단체 부활까지 포함해 도민 공론화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에서는 “기초의회 구성 여부를 함께 묻는 주민투표로 가야 한다”며 “도의회에서 ‘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서로의 책임을 묻는 ‘폭탄 돌리기’ 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결국 도민 공론화도 부족한 상황에서 13년간 논쟁만 끌어온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행정시장 직선제만을 두고 소모적인 다툼이 되는 것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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