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단에 특별히 말씀드려서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명함도 만들고 조치했습니다." 대한노인회 해외지회 담당인 김민아 과장의 배려로 필자는 지난 2월 26일 세종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정기총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총회 참석 자격은 대한노인회 지회장 등의 대의원 밖에 참석할 수 없었으나 필자는 오사카지회 부회장 겸 사무국장이지만 그 자격이 없었다. 김기주 오사카지회장은 재일 2세로서 일반적인 대화는 우리말로 가능하지만 공식적인 이러한 회의에는 우리말 이해가 어려워서 필자가 동행했다.

대한노인회 해외지회는 13개국에 모두 18지회가 있는데 그곳의 지회장은 오사카지회를 제외 하고는 모두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한글세대'들이 외국에 나가서 지회장을 맡고 있었다.
대한노인회 정기총회에서 처음으로 통역을 겸한 옵서버로 참가한 형식이었지만 일본에 있는 3개지회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총회 집행부의 대응에는 아주 적절한 조치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오전 11시부터 열린 총회에는 병상의 몸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이중근 회장이 280여명의 대의원 석을 일일이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국민의례와 회장인사, 시상식, 기념사진 촬영 등을 마치고 이중근 회장은 퇴석하고 김광홍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총회는 진행됐다.

거의 모든 단체의 총회가 그렇지만 당일 배부된 방대한 활동, 결산보고서와 활동, 예산안을 정해진 시간내에 심도 있게 토의하는 것은 어렵다기보다 불가능에 가깝다. 1부의 기념식을 마치고 2부 안건 심의에 소요된 시간은 11시 35분부터 12시까지 불과 25분에 불과했다. 심의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보고나 다름없었다. 

일본에 돌아와서 천천히 들여다본 총회 자료에 의하면, 2018년 12월 31일 현재 한국 총인구는 약 5천 180만명 중, 노인(만 65세 이상)인구는 약 765만명으로서 총인구의 약 14,8%를 차지했다. 대한노인회에 가입한 회원은 약 250만명으로 노인 인구의 약 32,8%가 가입했다. 놀라운 가입율이었다.

시.도연합회가 16개소 산하에 시.군.구지회가 244개소 읍.면.동분회가 2,156개소이고 경로당이 전국에 66,046군데였다. 1969년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창립된 대한노인회는 그야말로 맘모스 조직 단체였다.

총회에 참석한 해외지회는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캄보디아, 필립핀, 베트남, 일본 토쿄, 오사카였는데 미국, 영국, 카나다지회에서는 참석 안했었다.

독일 하영순 해외지회장의 총회 발언에는 웅성거리던 장내를 한 순간 조용하게 하였다. "저는 독일 파견 간호부였습니다. 지금 저는 76세입니다. 독일에서도 올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남미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서는 28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이 분들께 멀리서 참가하시느라고 수고하셨다면서 내빈들처럼 꽃 한송이는 달아드려야 되지 않겠습니까."의 열변에 장내는 힘찬 박수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잽싸게 해외지부 좌석에 와서 꽃을 달아주기도 했다.  

총회를 마치고 해외지회장들의 요청으로 대한노인회 중앙 임원들과 간담회가 열렸다. 하영순 독일 지회장이 해외지회를 대표하여 몇건의 건의 사항을 제안했다. 18개 해외지회에도 연합회 설립을 인정하고 시.도연합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주요 사항이었다.

이 요청에 대해서 중앙의 답변은 그러기 위해서는 이사회만이 아니고 대한노인회 정관까지 개정해야 되니까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검토는 어렵다고 했다. 해외지회 연합회회장도 친목을 위한 목적으로서는 가능하지만 중앙에서의 정식 승인도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했다. 

또 하나는 이중근 회장이 개인적으로 전국 지회장에게 지급하는 월 백만원의 활동지원금을 해외지회에도 선처해 달라는 요청이었지만, 굳이 받기 위한 것이 아니고 독일 회원들 중에는 지회장 모두에게 지급하는 줄 알고 있기 때문에 해외지회장도 해당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이 지원금은 각 지회가 관할하고 있는 경로당의 관리와 운영비에 쓰인다고 하는데 그래도 활동비가 모자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라면서 이해를 구했다. 그리고 대한노인회 정식 예산에서 지출되는 지원금도 아니고 이중근 회장 개인적인 지원금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은 전한다고 했다. 

이것은 '백세시대' 신문에 모든 지회장이 받고 있다는 보도가 빚은 오해이니까, 이 기사를 정정해 달라는 요청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영순 지회장은 덧붙였다. 필자가 이 기사에서 이러한 내용까지 쓰는 것은 일본에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 조직에 대한 본국 지향의 향수를 다른 해외지회에서는 강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대한노인회 해외지회는 앞에서도 쓴 것처럼 한국에서 한글 교육을 받고 나간 한글 세대들이 만든 지회이다. '한인회'를 비롯한 다른 여러 친목 단체도 있겠지만 고국의 든든한 단체를 구심력으로, 자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외국의 국가에서의 조직은 또 다른 구심력이 되기 때문에 자부심도 강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전혀 다르다. 일제 식민지하에서 해방된 한국 국적 속에 옛 종주국에서, 지금은 3,4대를 이어오고 있다. 70여년 전에 일본에서 조직된 민단은 현재 일본 47도(都),현(縣),도(道)에 지방본부가 있고 250여개의 지부가 있고 그밑에 분회가 있다. 고국의 대한노인회와 거의 같은 조직체이다.

식민지 종주국에서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고국의 국적 속에서 70여년간 지켜온 민단 조직은 세계 현대사에 아무데도 없다. 유태인들도 살고 있는 나라의 국적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것은 서구의 사회학자들도 깜짝 놀라는 현상이다. 

이러한 민단 조직은 동포의 생활권을 지키기 위해 6대 강령 속에 활동하고 있다. 노인회 임원들도 거의 민단 임원을 겸하고 있다. 김기주 오사카지회장은 민단 오사카본부 상임고문이며, 필자는 민단 이쿠노남지부 지단장을 맡고 있다.

지금은 한글 세대들도 많이 일본에 정착을 하면서 '한인회'도 조직하고 민단에서도 일본 귀화 동포들도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본국 지향의 삶의 구심력은 세대가 바뀌면서 더욱 희박해지는 현실성도 무시할 수 없다.

참고로 민단 6대 강령을 소개한다.
1.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시 구현을 기한다.
2. 우리는 재일동포의 인권 옹호를 기한다.
3. 우리는 재일동포의 경제 발전을 기한다.
4. 우리는 재일동포의 문화 발전을 기한다.
5. 우리는 일본 지역사회의 발전을 기한다.
6. 우리는 세계평화와 국제 친선을 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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