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백승주 박사/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으로 재경 대정포럼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장과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공항개발 호재는 정부차원 또는 정치인들에게는 더없는 매력덩어리로 비쳐지기 일쑤이고 그래서 선거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은 난리법석 호들갑을 떤다. 예산규모가 크고, 건설경기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창출되는 등‘꿩 먹고 알 먹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표(票)와 직결되기 쉬워 금상첨화일 수 있다.

그렇지만 특히 지난 역대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채택되어 추진된 공항개발 실패사례들을 떠올려 보면 마냥 공항개발을 서둘 일만은 아니다. 냉정하게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적의 대처할 필요가 있다. 개발에 따른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부정적 요인들이 너무 많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개발에 있어서 이해당사자들의 합일에 의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대성과’를 확신할 수 있는 경우에만 그 추진의 정당성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선택과 집중 논리에 따라 부존자원(賦存資源)의 낭비적 용인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심도 있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공항개발의 당위성은 다음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첫째, 싱가포르‘창이공항’은 1981년 7월 1일에 개항됐다. 그 부지의 절반은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되었다. 1995년 제1터미널 보수공사를 거쳐 순차적으로 1996년에 제2터미널 확장공사, 2006년에 저가항공 터미널을 개항한 데 이어 2008년에 제3터미널을 개항하였고, 2017년에 제4터미널이 완공하여 세계적 공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둘째, 홍콩‘첵납콕 공항’은 1998년에 개항했다. 도심 외곽 첵랍콕 섬과 주변 바다를 메워 만든 해상공항이자 중국 본토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지역 국가를 잇는 환승 거점 공항이다. 해상공항의 이점(利點)을 살려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2017년 여객운송 실적은 세계 8위(아시아 4위)이고, 화물처리 실적은 세계 1위다. 현재도 공항 북쪽 바다 6.5 km² 매립하여 2023년까지 제3활주로를 개항할 예정이다.

셋째, 제주와 유사한 오키나와‘나하 국제공항’은 지속적인 주민참여를 통한 공론화를 거쳐 주민모두 합심하여 개항한 공항이다. 오키나와는 선택과 집중을 위하여 제주와 달리 처음부터 제2공항 개항은 아예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공론화를 통해 바다를 매립하여 건설했기에 소음피해 사례 또한 거의 없다. 바다 매립지역도 해안에서 1.3km나 떨어져 있었지만 매립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다.

우선 위의 공항개발 성공사례는 제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사례들이다. 공론화가 쉬지 않은 제주제2공항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으로 상정(想定)할 수 있다. 특히 소위‘셀(Shell)공법’을 적용할 경우 바다매립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추가할 경우 기존 제주국제공항의 확장논의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선택과 집중 논리에 따라 항공수요증가나 화물증가에 적의 맞춰서 활주로나 터미널을 확장하면서 대처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성맞춤의 대안일 수 있다. 이들 성공사례에 비추어 저가항공사의 별도 터미널 개설문제나 장기적으로는 24시간 운영체제 도입 문제 또한 동시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듯하다.

다음으로 일본 관서지역 관문인 오사카·고베지역에 간사이, 오사카, 야오, 고베 공항 등 4개 공항이 반경 25㎞에 밀집해 개항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1994년 오사카만을 매립건설한 간사이국제공항을 새로 개항했으나 현실은 일본 항공정책의 최대 실패사례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당시 22조원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도쿄 나리타공항과 더불어 양대 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간사이공항은 2010년 말 총부채가 17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난에 빠져 있다.

우리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현재 1시간 거리 내에 거미줄처럼 15개 공항이 들어 차 있다. 그중 흑자인 곳은 고작 4~5곳에 불과하다. 서산공항이 건설 중이고, 새만금공항 외에 PK·TK 공항까지 건설되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공항공화국’이 될 판이다. 전국이 고속도로와 고속전철로 1일 생활권이 되었음에도 정치논리로 불필요한 공항들이 우후죽순 개항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이런 상황에 대하여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그 후유증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한다.

생각건대 좁은 땅을 갖고 그 유용한 사용을 후대에 상당부분 맡겨야 하는 제주당국이 막무가내로 제2공항 개발을 일방적 당위성을 크게 내세워 서둘려는 것은 해답을 찾아낼 수 없는 무리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경험칙에 비추어 득(得)보다 실(失)이 매우 클 것이라는 아쉬움을 더한다.

더 나아가 싱가포르나 홍콩 등 성공을 거든 공항개발 사례의 수용을 왜 정부나 지방정부가 부정하는지 또한 이해 할 수 없다. 이미 대한민국은 공항포화 상황임을 왜 간과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간사이공항’사례에 비추어 (신)공항 (구)공항 둘 다 죽을 수도 있다.

특히 제주의 상징적 상권인‘신제주지역권’이 여차하면 큰 화(禍)를 자초할 수 있다. 도정이 구상하는 환상적인 에어시티조차 이 지구상에서 성공한 사례 또한 그리 많지 않음이다.

굳이 제주역내 공항수요에 대처하고자 한다면 현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제안하고 싶다. 싱가포로‘창이 공항’이나 홍콩의 ‘첵납콕 공항’ 등의‘시차를 둔 공항확장개발’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추진하는 경우라면 전혀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신제주 경제권을 살리면서 기존공항의 통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는 도정의 궁색한 변명을 누그러뜨리는 차원에서 바다를 매립하지 않고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소위‘Shell 공법’에 의한 공항개발 논의도 공론화되었으면 한다. 도민여러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정도가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할 수 있다”는 공자님 말씀을 떠올려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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