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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제주왕벚꽃축제 '왕벚나무, 잘 알고 즐기자'
김태윤 기자 | 승인 2019.03.31 09:53

‘제28회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리는 전농로

‘연분홍 물결의 대향연’ 만개한 벚꽃으로 제주는 지금 온통 축제 분위기에 빠져있다.

지난 29일부터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와 삼도1동 전농로에서 열리는 ‘제28회 제주왕벚꽃축제’에는 벚꽃 구경과 축제를 즐기는 많은 인파로 북새통이다.

‘제주의 왕벚나무’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 외방선교회 소속 성직자이자 식물학자인 에밀 타케(Emile Joseph Taquet, 1873∼1952) 신부
조랑말 탄 제주도 수녀와 타케 신부(1900) (오른쪽이 에밀 타케 신부)

프랑스 외방선교회 소속 성직자이자 식물학자인 에밀 타케(Emile Joseph Taquet, 1873∼1952) 신부다. 그는 엄택기(嚴宅基, 애칭 엄닥개)라는 한국이름으로 불리우며 제주도에 온주밀감을 처음 도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08년 4월 14일 제주도 한라산 북쪽 해발 약 600m 지점의 숲 속에서 표본(표본번호 4638)을 처음으로 채집한 후 1912년 독일 베를린 대학의 쾨네 박사를 통해 제주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최초로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다.

최근엔 그를 소개한 책이 발간됐다.

대구 가톨릭대학 정홍규 교수가 타케 신부의 일대기를 담아낸 ‘왕벚나무와 조선의 식물학자 타케 신부’가 출간됐다.

대구 가톨릭대학 정홍규 교수가 타케 신부의 일대기를 담아낸 ‘왕벚나무와 조선의 식물학자 타케 신부’ 출간

이 책은 4년간의 자료조사와 현장 탐방 등을 통해 얻어진 내용들을 기행자의 입장에서 서술했다.

1898년 조선땅에 입국해 1952년 선종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선교사의 삶과 함께 생태위기와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인간 삶의 가치 변화를 촉구하는 통합적인 생태영성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교회 역사의 친생태적 실천 모형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사회 변혁의 대안적 패러다임을 프랑스 신부, 에밀 타케의 식물이야기를 통해 생생히 전하고 있으며, 자연과 동행하기 위한 ‘생물권 인식’의 상징적 실천 모델로서 종교적 감수성을 ‘아름다운 식물’을 통해 회복하자는 의식이 깔려 있다.

특히 ‘왕벚나무와 조선의 식물학자 타케 신부’ 도서에는 그동안 제주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타케 식물들에 대한 정보와 자료조사를 근거로 한 몇몇 오류 수정의 제안, 타지 인으로서 바라보는 타케 신부의 업적에 대한 제주도의 관심과 가치조명의 소홀함에 대한 아쉬움도 실려 있어 제주도 행정기관과 자연생태 및 제주역사 연구가들에게 적지 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한 타케 신부 이후 반세기가 지난 1962년 식물학자인 박만규 국립과학관장도 제주 왕벚나무와 인연이 깊다. 그는 “벚꽃은 우리 꽃-한라산이 원산지”란 주장을 폈고, 실제로 한라산에서 우리나라 연구자로서는 처음으로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했다. 이로부터 벚나무의 ‘제주 원산지론’은 국민적 상식이 되기도 했다.

식물학자 박만규 국립과학관장의 “벚꽃은 우리 꽃-한라산이 원산지” 신문기고(1962년 4월 17일자 동아일보)

한라산에서의 자생 왕벚나무 탐사를 앞두고 “한국 원조론에 맞서 일본에서도 일본산 벚나무의 야생 원종을 찾아 전국을 뒤졌지만 실패했다. 일본 왕벚나무는 1700년대 도쿄 근처에서 자생종인 올벚나무와 오오시마벚나무를 인위적으로 교배해 만든 품종임이 밝혀졌다. 한국과 일본의 왕벚나무가 형태상으로 비슷하고 일본에서 못 찾은 자생지가 한라산에 있다면, 제주의 왕벚나무는 세계로 퍼진 일본 왕벚나무의 원조라고 할 만하다”라고 주장했다.

천연기념물 159호인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의 2호목과 꽃(사진출처 : 국립수목원)

그러나 이런 ‘상식’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한라산 왕벚나무가 어디서 기원했는지, 두 왕벚나무가 과연 같은지 유전적으로 밝히는 연구가 본격화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김승철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2014년 ‘미국 식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제주 왕벚나무가 자생하는 올벚나무를 모계로, 벚나무(또는 산벚나무)를 부계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잡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왕벚나무의 일부 유전자와 엽록체 분석을 통해 이런 결론을 얻었지만, 일본 왕벚나무에 대한 연구는 후속 과제로 남겼다.

국립수목원의 지원 아래 명지대·가천대 연구자가 참여해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게놈)를 해독한 연구결과가 과학저널 ‘게놈 바이올로지’ 2018년 9월호에 실렸다.

이 연구에서는 제주의 왕벚나무와 인접 종은 물론 일본에서 최초로 왕벚나무가 기록된 도쿄대 부속 식물원(고이시카와 식물원)에서 왕벚나무 표본을 확보해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완전한 유전체를 비교한 결과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 다른 벚나무 근연종 사이의 유전적 분화 정도를 보여주는 그래프(출처 : 백승훈 외 (2018) ‘게놈 바이올로지’)

연구자는 “이번 연구는 야생 목본 식물 가운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주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를 해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식물의 게놈 연구는 주로 농작물 등 초본과 나무 가운데는 사과 등 과실수를 대상으로 이뤄졌을 뿐 야생 수목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한편, 이번에 연구대상인 제주의 왕벚나무 기념목 가운데 한 그루는 게놈 분석 결과 제주 자생종이 아니라 일본 재배종과 거의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나무는 밑동 둘레 3.45m의 거목으로 나무의 모양과 개화 형질이 뛰어나 2015년 국립산림과학원과 제주도가 왕벚나무 자원화의 기준이 되는 ‘어미나무’로 지정한 개체다. 연구자들은 재배하던 일본 왕벚나무가 어떤 이유에선가 한라산으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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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기자  kty09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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