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4.3희생자추념식 후 원희룡 제주지사가 4.3 유가족, 이낙연 총리 등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안부 인사 한 마디도 조심스러운 날. 4월 3일.

많은 도민들이 이날 하루를 4·3희생자를 추념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시간으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 4.3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하루 영업을 쉬는 업소들도 있다. 고통받은 이들을 위해 이날 단 하루라도 가능한 숙연하게 보내려는 것이다. 감히 가늠하기 어려운, 유가족들과 생존피해자들의 가슴 속에 침습하는 고통을 생각하면서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다.

도내 정치권도 4월 3일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애썼다. 제주도의회는 도민들이 4월 3일 하루 동안 4·3희생자를 추념하며 보낼 수 있도록, 또 그 역사가 갖는 의미를 충분히 되새길 수 있도록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지방공휴일로 지정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부는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가 법령이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재의를 요구했고, 대법원 제소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4.3희생자를 위한 추념을 위한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의 취지를 받아들였고, 이 조례는 지난해 3월 26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포됐다. 이는 4월 3일 하루를 ‘노는 날’로 만들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4.3의 의미를 되새기며 더욱 경건히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조례의 뜻이다.

하지만 4.3으로 희생된 이들을 경건하게 추모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민들과 제주도의회의 이와 같은 노력을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4.3희생자 추념일을 제주 개발을 위한 기회로 이용하는 모습마저 엿보인다.

원 지사는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차 제주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제주외항 항만개발사업과 관련해, "제주항의 물동량 증가 대처, 부족한 해경 및 어업지도선 부두 확충, 크루즈 선석 확충 등을 위해 제주외항 2단계 개발 조기 완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용암해수산업 활성화를 위한 딸라소테라피 단지 조성, 제주규제자유특구(블록체인 ·전기자동차· 화장품 산업특구)지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역 성장과 경제 활성화를 및 지역 전략산업에 대한 특구지정 관철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말문이 막힌다. 4.3희생자 추념의 날, 원 지사는 꼭 이날 제주 개발을 위한 요청을 해야만 했을까. 이날 하루만큼은 제주 개발을 위한 행보를 잠시 멈추고 4.3희생자들만을 생각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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