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철 밥통’, 흔히 듣는 이야기다.

“공직에 발을 들여놓으면 ‘철 밥통’처럼 끄떡없이 평생 밥줄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의 풍자다.

그만큼 파워가 막강하다. 안정적으로 신분이 보장된다. 대우도 나쁘지 않다. 큰 사고를 치지 않으면 무난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정년이 보장된다.

퇴직해서도 공무원 연금에 의해 생활을 영유할 수 있다.

전관예우 등 공직에 줄을 대려는 민간 기업에 재취업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공직을 ‘꿩 먹고 알 먹는 직장’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뻥 튀겨 말하자면 ‘신이 내린 직업’이다.

이런 연유로 하여 ‘취업 희망 직종’에서 ‘공직’은 늘 부동의 1위를 꿰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경쟁률이 치열하다.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제주도가 오는 6월15일 시행하는 제3회 지방공무원(8급~9급)임용시험 경쟁률도 그렇다.

원서마감결과 413명 모집에 3424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이 8.3대 1이다.

직업상담(9급) 같은 특정 직렬 경쟁률은 30.5대 1이다. 제주도 일반 행정직 9급은 12.1대 1, 제주시의 겨우는 11.5대 1이다.

이처럼 어려운 관문(關門)을 뚫고 들어가 형성되는 공직사회가 각종 비리의 온상이며 부정부패의 복마전(伏魔殿)이 되기 일쑤다.

공직을 이권개입과 탐욕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불순한 공직자들의 일탈 때문이다.

공무원(공직)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국민에 대한 봉사가 사명이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 합니다’.

공무원이 취임할 때 소속 기관장 앞에서 하는 선서문이다.

공무원의 ‘성실의무’와 ‘청렴의무’는 공무원이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이며 최고의 가치다.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하여 직접 또는 간접을 불문하고 사례, 증여, 향응을 주거나 받을 수 없으며 직무상의 관계 여하를 불문하고 그 소속 상관에게 증여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증여를 받아서는 아니 된다’.

국가공무원법(61조)이 강제하는 공무원의 청렴의무다.

일찍이 정약용(丁若鏞․1762~1836)선생도 ‘청렴이 공직자(목민관)의 근본’이라고 했다.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재물을 절약해 쓰는 데 있고 절약하여 사용하는 근본은 검소 한 데 있다.

검소해야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해야 백성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목민심서(牧民心書)의 가르침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을 관통하는 진리요 공직자에게 보내는 예리한 일침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르침과 주문에도 불구하고 공지사회의 어제 오늘은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편법․불법․탈법과 변칙과 반칙을 동원한 각종 인허가 비리유착과 결탁, 청탁, 뇌물수수, 향응 등 검고 은밀한 커넥션이 공직사회를 어지럽히고 더럽혀 왔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공직비리 추방’등 요란을 떨며 각종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고 있었지만 모두 말로만 끝나기 일쑤였다.

공무원 윤리 강령을 말하고 청렴을 다짐하지만 이 역시 그때뿐이었다. 비판 여론이 잦아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공직 비리와 부정부패는 바퀴벌레처럼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마련이었다.

최근 제주도 전․현직 공무원간 청탁 주고받기에 의한 1억 원 예산 전용 사건도 그러하다.

5일 서귀포경찰은 전․현직 고위 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5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 및 직권 낭용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드러난 혐의 내용대로라면 ‘공무원 전관예우’와 ‘공직사회 부정 비리 먹이 사슬’이 어떤 형태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사건의 대강은 이러하다. 전직 제주도 고위 공직자가 있다. 여기에 현직 고위 공무원이 연결고리다.

또 현직 사무관(5급)과 6급 공무원, 7급 공무원이 한 묶음으로 연결됐다.

가히 전․현직 공무원 ‘비리 커넥션’이라 할 만 하다.

전 고위직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모 리조트 주변에 배수로 정비 사업 관련 청탁이었다.

전직의 청탁을 받은 현직은 부하 사무관에게 공사 검토를 지시했고 사무관은 6급과 7급에게 업무하달 했다.

이를 통해 해당 리조트 도로에는 너비 50센티, 길이 115미터의 배수로가 설치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이미 다른 곳의 배수로 정비 사업 명목으로 편성되고 배정 됐던 예산 1억 원을 빼돌려 써버렸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예산을 확보했던 다른 곳은 아직까지도 배수로 정비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전직에 대한 ‘전관예우’와 ‘전․현직 간 짬짜미 먹이사슬’이 봉사 받아야 할 지역주민에게 피해를 주고 행정 불신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철 밥통 공무원 먹이 사슬’이 얼마나 끈끈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제기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그동안 드러나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공무원들의 비리와 부정부패 경우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 때문에 공무원 조직을 보는 일반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

‘빈둥거리면서 세금이나 축내는 집단’이라는 된소리도 많다.

무사안일, 복지부동에다 눈치도 없고 염치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공무원에 대한 쓴 소리인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 수를 늘리는 당국의 처사를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공무원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놀고먹는 ‘철 밥통’을 말함이다.

“국민의 혈세를 뽑아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국민의 등골을 빼내는 것”이라 했다. 공무원 증원에 대한 완강한 거부반응인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 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공직의 구조조정을 통해 행정의 몸피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소리다.

원희룡 도정이 진행하는 ‘제주도 청년 일자리 1만개 창출’도 결국 ‘도민 혈세 빨대’ 작업일 수밖에 없다는 힐난이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도 많다. 본분을 다하고 직무에 충실한 국민의 공복(公僕)들이다.

이들의 봉사와 소신과 책임과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무조건 적 공무원 증원보다는 지혜로운 공직 구조조정 작업의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문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