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지사가 춤을 췄다. ‘막춤’이었다. 리듬이나 형식 등을 무시하고 몸이 가는대로, 마음대로 추는 춤이다.

원지사의 개인 유튜브 ‘원더풀 TV’를 통해서다. '원더풀 TV'는 지난 3월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부터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이다.

제주의 정책이나 자신의 정치적․개인적 입장을 밝히거나 논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원지사는 최근 ‘원더풀 TV' 라이브 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구독자 수 1000명 확보를 위한 구독 장려 영상을 올렸었다.

영상이 오르자 하루 만에 구독자 1000명이 넘었다.

‘막춤’은 이에 대한 자축의미의 퍼포먼스였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후략)

‘막춤’ 영상의 배경 음악은 만화 캐릭터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제가였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겠다’는 배경음악은 묘한 느낌을 준다. 원지사가 겪고 있는 정치현실과 향후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화제의 동영상에서 원지사는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을 만화 캐릭터 ‘들장미 소녀 캔디’에 빗댄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조구청장은 서울 구청장 25명 중 홀로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과 서울시 관내 구청장․산하기관장들이 참석했던 연초 신년 모임에서 당초 건배사가 예정됐던 조구청장 대신 민주당 소속인 다른 여성 구청장이 건배사를 해 물의를 일으켰던 일이 있었다.

원지사는 이를 예들며 “조 구청장이 건배사도 ‘패싱’ 당했듯이 시도지사 협의회 가면 나도 유일한 무소속이라 비슷한 처지”라고 무소속․소수 야당 단체장이 겪는 동병상린의 분위기를 엮어냈다.

그러면서 ‘제2제주공항 추진과 비자림로 확장’ 등 주요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 때문에 겪는 고초를 소개했다.

“시위대는 민주당이 단체장으로 있는 부산, 충청, 전라, 서울, 경기도 등에서 왔다“.

‘원희룡 퇴진’을 외치고 물을 뿌리는 등 내 기(氣)를 뚫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혹독한 시련을 겪을수록 마음은 강해진다”고 했다.

원지사의 ‘원더풀 TV' 동영상에는 그렇기 때문에 연민과 고통이 뒤섞인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있다.

동영상에 드러난 겉모습은 즐겁고 코믹했지만 내면에는 씁쓸하고 복잡하고 고통스럽고 슬픈 응어리가 엉켜 있을 수도 있다. 꿈과 각오도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원지사의 말이나 행보가 예사롭지가 않다. 결기가 보인다.

정부와 집권여당, 정치권에 보내는 발언에는 날이 섰다. 잘 벼린 날이다.

비판은 작심한 듯 신랄했다. 방어적 자세에서 ‘돌격 앞으로’의 공격 모드다.

4월1일 국회에서 였다.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다.

원지사는 이날 합리적 보수 세력임을 표방하는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행사에 참석했다. 여기서 축사를 했다.

축사 내용은 원지사가 유튜브 ‘원더풀 TV'에 올렸다.

여기서 원지사는 “대한민국은 지금 미세먼지 심각단계인데 정치나 안보, 경제, 사회 모두 심각단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는 나는 선(善)이고 너는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태도, 다른 의견은 억누르고,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행정가인 도지사의 언어가 아니다. 입살 독한 어느 야당 투사의 독설 같았다.

“촛불을 받들겠다고 집권한 정권으로 국민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해야 함에도, 일을 해낼 능력과 책임감은 사라지고, 다른 기득권이 하던 것을 그 자신이 앉아서 통제국가, 명령경제, 진리독점이라는 독재와 실패로 몰아갔던 망령들을 되살려 내고 있다”고 했다.

공격의 수위는 거칠고 강도는 점점 날카로웠다. 야당투사의 호통이다.마치 선거전 막판 유세에서 상대후보를 쓰러뜨리기 위해 동원한 마지막 일격 같았다.

“선거 전투에 능하고, 탄핵과 촛불 정국에서 준비가 안 된 채로 너무나 손쉽게 정권을 획득하다 보니 이제는 경쟁세력, 반대세력을 더 파괴하고 더 먹칠하고, 국민들을 갈라놓으면 몇 십 년을 집권 할 수 있다는 전략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 줄타기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원지사는 그러면서 “더욱이 제주도는 현재의 집권세력 텃밭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눈뜨고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과 목불인견(目不忍見)행태를 여과 없이 꼬집었다.

이 같은 원지사의 발언에 긍정하는 쪽도 많다. 문재인 정부 2년에 절망하는 사람들은 더 심한 육두문자도 서슴없이 내 뱉는다.

그러나 “할 말은 했고, 속 시원하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원지사의 발언을 생뚱맞은 ‘정치적 돌출 발언’이라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도 한다.

지금은 중앙정치에 눈독을 들일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얼키설키 주체하기 힘든 제주현안이 쌓여있는 비상한 상황에서 정부나 집권여당을 향한 지사의 막나가는 거친 비판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조언인 것이다.

원지사 발언을 비판하는 쪽은 “남의 탓만 하며 제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중앙정치권에 숱 가락 하나 얹히려는 얄팍한 꼼수”라는 일갈이다.

“중앙정치를 하고 싶으면 도지사 직을 그만두고 중앙으로 가라”는 독한 소리도 있다.

옛말에 “욕하면서 닮는다”고 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원희룡 도정도 그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원지사는 자신의 문제 발언에 대해 “소신 그대로다”라고 했다. 발언에서 후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설왕설래 속에 원지사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를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고도로 계산된 발언이라는 뜻이다.

총선 또는 대선을 앞두고 불가피한 야권 재편 정국에서 나름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미리 정치적 포석을 뒀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집권여당과의 싸움에서 핍박받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제주 현안해결의 부실을 정부 여당에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제주도정에 대한 홀대와 민심이반을 염두에 둔 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뻔히 보이는 얄팍한 꼼수일 수밖에 없다.

아무튼 원지사의 ‘유튜브 정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두고 볼 수밖에 없다.

원지사의 ‘정치적 노림수’가 ‘정치적 덫’으로 작용할지, 아닐지, 여부도 점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날 세운 작심 비판과 힐난은 원지사의 향후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한 장기적 포석의 일환이다. 그럴 공산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기에 원지사 개인 유튜브 ‘원더풀 TV'에서 방영된 춤추는 동영상의 배경 음악 ’캔디‘ 주제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외로워도 슬퍼도 참고 웃으면서 푸른 들을 달려보자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는 내용의 가사 부분은 그래서 ’원지사의 오늘과 내일‘을 엮어낸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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