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제주 전력수급 빨간불...완도-제주 해저송전선로 난항 속으로
②답 없는 카본프리아일랜드 2030...제주 에너지 정책 어디로?
③신재생에너지의 미래, 전망과 숙제는?

제주 전력 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문제는 제주도의 오랜 숙제였지만, 다른 이슈에 가려져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왔다.

하지만 최근 완도에서 발생한 한 이슈가 제주의 현 전력 문제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완도-제주 간 제3초고압 직류 송전선로(이하 제3연계선) 건설사업’ 이야기다.

제주-완도 제3초고압 직류 송전선로, 일명 해저전력케이블 문제가 봉착에 빠지면서 제주도의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사진편집=제주투데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은 2017년부터 제3연계선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완도에서 열린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같은 해 3월에는 ‘변환소 및 고압송전탑 건설 반대 범완도군 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까지 꾸려지게 됐다. 

이어서 지난해 8월에는 완도군의회가, 올해 3월 13일에는 전남의회가 건설 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지난 25일에는 완도군민들과 지방 정치인들이 건설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완도-제주 간 변환소 관련 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군민대책위)’를 결성했다. 이 위원회에는 전남도의원과 완도군의원, 행정부와 마을주민 등 50여명이 위원으로 위촉된 상태다.

이 사업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완도와 제주 간에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일까?

◎세 번째 제주-육지간 해저케이블 설치 이유는?

이 완도-제주 간 제3연계선은 일명 ‘HVDC(high-voltage, direct current)’라고 불리우는 초고압직류송전선을 이용하는 전력선이다. 다시 말해, 완도에서 제주까지, 약 122km를 잇는 해저전력케이블이다. 

현재 제주는 제주-해남 간 제1연계선(1998년 준공)과 제주-진도 간 제2연계선(2013년 준공)을 통해서 육지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현재 제주도가 육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해저연계선 현황과 계획도(지도출처=구글, 디자인=제주투데이)

하지만 여전히 제주의 전력 수급은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제주 대정전 사태다. 선박의 닻이 제주-해남 연계선의 케이블을 건드리면서 2시간 반 동안 제주지역의 대부분이 정전으로 마비가 된 적이 있었다. 이후 최근에도 변환소들의 잦은 고장으로 전력수급이 중단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래 2025년으로 예정됐던 제3연계선 건설을 2020년으로 앞당겼다.

이에 한전은 지난 2017년부터 전남 완도군 가용리의 4만여㎡ 부지를 확보하고 ‘완도변환소’를 건설할 계획을 수립했었다. 아울러 제주시 삼양1동에도 4만7천여㎡ 부지에 ‘동제주변환소’를 계획한 상태다. 이 건설 사업 예산만 총 3,752억 원에 달한다.

완도변환소 공사 예정지 지도(자료출처=한국전력)

◎한전과 완도 간의 갈등…보이지 않는 해결 기미

그런데 지난해부터 완도 지역의 주민들과 전남 정치계는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변환소 건설이 완도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완도 주민들과 완도군의회, 전남의회 등은 “한전이 이 사업을 처음 설명할 때 제주에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육지로 보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완도지역의 취약전력 계통을 보강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제주의 전력 수급을 위해 완도에 변환소가 지어지는 것인데, 한전이 주민들을 속였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주민들과 지방의원들은 “2002년 국제보건기구(WHO)가 고압전선이 암을 유발하고, 임산부의 경우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며, “주민의 건강권을 해치는 사업을 한전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고압송전탑의 모습. 완도주민들은 송전탑이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업임에도 주민 동의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면서 제3연계선 사업을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자료사진=제주투데이DB)

이에 한전은 주민 설득에 나선 상태지만, 상황은 암울하다. 지난해 가용리 건설 계획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으며, 차기 후보지였던 망석리 계획마저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채 결정됐다”며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한전은 제3의 부지를 찾고 있지만 다른 7개 후보지에서도 일제히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

이에 범국민대책위는 이번 4월 말 운영위원회를 열고, 여론조사를 검토할 예정이다. 범국민대책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철 전남도의원(완도1,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제로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하니 주민수용성을 이야기했다”며 “이에 대책위도 주민의견 수렴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변환소 및 고압송전탑 건설 반대 범완도군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철 전남도의원의 모습. 이 의원은 지난 3월 전남도의회에 완도변환소 반대 결의란을 제출했다. 전남도의회는 이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사진출처=전라남도의회)

◎5년이나 앞당긴 사업이었는데...제주전력 수급 빨간불

이번 제3연계선 사업의 연기는 제주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제주도가 육지와의 연계선에서 공급받고 있는 전력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내 발전설비용량은 1,635MW이며, 이 중 육지와의 연계선으로 받는 전력은 700MW로 42.8%에 달한다. 그리고 실제 공급능력은 총 1,069MW 중 400MW로 전체의 37.4%를 넘는다. 게다가 지난해 기준 전원별 발전실적은 총 567만MWh 중 227만MWh로 약 40%나 된다.

자료제공=전력거래소, 디자인=제주투데이

문제는 현존하는 두 해저연계선들의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한전에 따르면 기존의 2개 연계선들의 변환소들이 잔고장을 자주 일으켜 전력수급에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제3연계선만으로는 부족하며 제4연계선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제주도로서는 새로운 연계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전이 지난해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제주도의 최대전력수요량을 2017년 862MW에서 2031년 1,172MW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절대량은 전국에서 가장 낮지만 연평균 증가율은 2.6%로 전국 최대치다.

자료제공=한국전력공사

한전은 "지속적인 인구유입과 개발로 제주는 당분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단기 수요 급증을 고려해 조기 설비보강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한전과 정부에서도 제주 전력수급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제3연계선 사업 준공예정을 2025년에서 2020년으로 무려 5년이나 앞당겼던 것이다. 설비용량 150MW 규모에 해당하는 남제주 LNG화력종합발전소가 지난 3월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제주도정이 내세우고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을 통해서 내세우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30년까지 도내 전기자동차를 현재 1만5,200여대에서 37만7천대까지 늘리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같은 전력 수급의 흐름이라면 전기차의 증대가 제주의 전력 부족의 주요 이유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주도가 현재 전력 수급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