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 ‘정의(正義)’고 ‘선(善)’이라고 생각한다. 행동거지도 그렇다. 이를 독선(獨善)이라 한다.

여기에 건방지고 잘 난체하는 오만(傲慢)이 짝패가 되면 수습하기 힘든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된다.

눈에 보이는 게 없다. 방자하고 교만이 하늘을 찌른다, 오만방자(傲慢放恣)다.

‘독선과 오만’은 불행의 씨앗이다.

아홉 살 쯤에 소녀 ‘베아트리체’에 반해 평생 사랑의 고뇌를 경험했다던 ‘단테’가 저승여행을 떠났다. 가이드는 단테가 평소 존경해 마지않았던 시인 ‘베리길리우스’였다.

독선․오만․탐욕․교활 등 온갖 악과 불의로 인한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지옥을 먼저 구경했다.

다음은 연옥이었다.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부단한 자기 정화(淨化)로 죄를 씻어내려는 사람들을 구경 했다.

지옥과 연옥을 지나고 천국의 계단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다음 계단으로 발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발이 바닥에 붙어 떼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꼼짝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노랫소리가 들렸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천사들의 노래였다. 천사들은 단테의 이마에 붙었던 ‘독선과 오만’이라는 딱지를 떼어줬다. 그제야 천국의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독선과 오만’은 걸림돌이었고 ‘천사들의 노래’가 천국의 열쇠였다.

불후의 명작인 단테(1265~1321)의 대서사시, ‘신곡(神曲)은 바로 그가 썼던 ’천국 기행문‘이다.

여기에 나온 천사들의 노래,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욕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가난’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다. 비어있음이다. 그릇으로 말하면 ‘빈 그릇’이다.

마음이 가난하여 비어있다는 것은 욕심이 채워지지 않는 상태의 비어있는 깨끗함을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의 소유자’다. ‘욕심에서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독선은 ‘자유로운 영혼’의 비대칭이다. 오만도 그렇다. 지옥의 고통을 일구는 온갖 악의 씨앗은 ‘욕심’이다. ‘독선과 오만’의 밭에서 자란다.

지금 세상을 어지럽히는 온갖 악덕은 ‘독선과 오만’을 숙주(宿主)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거리 넘치게 활보하는 사람들의 이마에는 저마다의 ‘독선과 오만’이라는 딱지가 다닥다닥 붙어있을 터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특히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다고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예사로 거짓말 하는 소위 ‘정치꾼’들의 이마에는 ‘천사의 노래’로도 떼어내기 힘든 ‘독선과 오만’의 딱지가 굳세게 붙어 있다.

강력 본드로 붙인 듯 ‘독선과 오만’의 딱지는 그들만의 ‘지옥행 차표’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선량한 국민들의 ‘천국행’까지도 가로막고 나라를 거덜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최근 뒷감당 없이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의 국정운영도 그렇다.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독선과 오만’이라는 딱지가 나라를 온통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나흘 후인 10일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2년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 ‘희망의 문’도 닫아 버렸다.

“기회는 평등 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년 전(2017.5.10)의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내용의 한 단락이다.

짧지만 멋진 문장이었다. 대통령 어록의 대표적 명언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시점에 되돌아 본 대통령 취임사는 현란한 말의 유희였다.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했다.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 ‘권위적 대통령 문화 청산’, ‘정치로부터 권력 기관 완전 독립’, ‘안보위기 해결과 막강한 국방력 강화’, ‘한미 동맹 강화’, ‘분열과 갈등의 정치 해소’, ‘민생경제 일자리 창출’ 등 등 취임사의 다짐이나 각오는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 버렸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나 일자리, 외교안보, 인사, 정치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낙제점 수준’의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경제정의 실천 시민연합(경실련)의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의 국정운영 평가’는 10점 만점에 5,1점이었다.

정치․경제․행정․법률 전문가 310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5일부터 12일까지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가 그렇다.

응답자의 52.2%가 5점 이하의 낙제점을 줬다. 인사정책은 10점 만점에 3점, 일자리 정책은 4.2점이었다.

특히 인사정책은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의 빈도가 22.9%나 되었다. 응답자 중 71명이 1점을 매긴 것이다.

일자리 정책은 70명이 1점을 줬다. 1점의 빈도가 22.6%였다.

전문가들의 문재인 정부 2년 국정운영 평가는 냉정했고 결과는 이처럼 참담했다.

‘독선과 오만’의 국정운영 결과다.

문재인 정부의 간판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은 일자리에 직격탄이었다.

최저 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죽이기 정책이나 다름없었다. 고용 재난의 본질을 감춘 일자리 대책은 ‘국민 기만정책’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부관참시(剖棺斬屍)로 비판 받는 과거 정부 파헤치기가 진정한 의미의 ‘적폐청산’일 수는 없다.

언제까지 겉으로는 ‘적폐청산’, 뒤로는 새로운 ‘적폐생산’이라는 ‘아랫돌 빼 윗돌 괴기’식 정치를 계속 할 것인가.

그것은 ‘눈 가리고 아옹’이거나 ‘도덕적 우월성’을 시늉하는 자기최면일 뿐이다.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 하겠다’면서 청와대에 전군 지휘관들을 모아놓고(2018년 7월 27일), 대통령을 향해 ‘차려 경례’에 “충성”구호를 외치게 했다.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오만’은 최근(5월2일) 사회원로 초청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문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적폐청산을 그만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의 진상을 빨리 규명하고 청산이 이뤄진 다음에라야, 그 성찰 위에서 협치와 타협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적폐청산’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면서 초청한 사회원로들에게 “어떤 말이라도 경청하겠다”고 했다.

모두 발언에서 강한 입장의 할 말을 다 해놓고 ‘어떤 말이라도 듣겠다’는 것은 사실상 ‘어떤 말도 듣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은 것으로 밖에 이해 할 수“ 없다. ‘독선과 오만’의 극치다.

그래서 여․야의 극한 대립 국면에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거나 ‘경제․정치․사회적 불안’, ‘탈 원전 정책의 문제점’, ‘국제 정세 불안’ ‘국민의 정치 혐오’ 등 국민 불안 해소와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는 ‘원로들의 발언’이 제대로 먹힐 리가 있겠는가. ‘한 번 해보는 소리일 뿐’이다.

그러기에 “이게 나라냐”고 전임 정부를 힐난하던 문재인 정부에게 “이건 나라냐”는 비판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나만 정의고 너는 악’이라는 ‘독선과 오만’으로 얼룩진 ‘내로남불’ 정부, 그래서 취임 2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앞날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정부의 이마에 박힌 ‘독선과 오만’의 딱지를 떼 내야 나라가, 정치가, 정상적으로 나아갈 수 있고 국정운영의 힘든 계단도 오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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