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자리를 같이 했다.

“나는 스님이 돼지로 보이오”.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진반 농반으로 던졌다.

무학대사가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대꾸했다.

“제 눈에는 대왕께서 부처님으로 보이십니다”.

그러자 태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짐은 스님을 돼지라 했는데, 대사는 어째서 나를 부처라 하는 것이요?”.

무학대사의 대답이 스스럼없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법이지요”.

기막힌 반전(反轉)이었다. 일순간에 태조 이성계가 돼지가 되어버린 꼴이다. 돼지로 불렸던 무학대사는 부처가 된 셈이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豕眼見惟豕 佛眼見佛矣)”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편협한 사고와 옹졸한 고집에 사로잡힌 사람을 경계(警戒)하거나 자신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재단하려는 선입견을 비판할 때 인용되기도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편견과 오만’에 대한 경구(警句)이기도 하다.

문재인정부 2년을 돌아보는 일각의 평가가 그렇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해 왔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그러하다.

최근 사회원로와의 대화에서, KBS와의 국정2년 특별대담에서, 문대통령은 사실상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대통령의 말 대부분은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현실 상황과 동떨어진, 솔직하지 못한 화법이었다.

“적폐 수사와 재판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앞의 정부가 시작한 것”이라 했다. “문재인 정부는 기획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9일 취임 2주년 KBS와의 특별 대담에서다.

지난 2일에 있었던 사회원로와의 대화에서도 (청와대 발표문을 근거로 한다면) “적폐 청산에 우리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는 황당한 거짓말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공중파 방송과의 대담에서 사실과 다르게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고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문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제1호가 ‘적폐 청산’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청와대 지시로 정부기관에 만들어진 ‘적폐 청산 TF’가 있다. 여기서 수사 대상을 뽑아 검찰에 넘기는 것도 이미 ‘알려진 비밀’이다.

방산비리 척결, 박찬주 육군대장 부부 공관병 갑질 의혹, 촛불집회 계업령 문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동영상, 고 장자연 사건, 클럽 버닝썬 사건 등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구체적 사건을 적시하며 철저 수사를 지시했다.

이래 놓고도 “적폐수사는 전임정부가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는 수사에 관여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눈 가리고 아옹’이거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또 있다. 현재의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위기’ 또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한지는 오래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정책 등으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에서는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청년 실업도 최악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말씀’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인지부조화 현상을 보는 듯했다.

대통령은 “한국 경제는 거시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G20(주요20개국),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고성장 하고 있다“고도 했다.

올해 1분기 마이너스(-0.3%) 성장에 대해서는 “2분기 이후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성장률이 10년만의 최저로 추락하고 있다. 투자․설비․

소비 등 핵심지표 역시 최악의 기록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현실 경제 상황 인식은 놀랍게도 ’낙관’이었다.

대통령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참모들이 대통령 입맛에 맞는 통계지표만 올렸을 터였다. 이것이 ‘대통령을 국민을 상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천연덕스럽게 습관적 거짓말을 하게 했다면’, 크나큰 죄업이다. 대통령을 불행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거짓말을 그대로 사실로 믿는 정신적 증후군’을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이라한다.

세간에서는 정상인이라도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을 허언증이라고 뷰른다.

‘리플리 증후군’도 있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다.

물론 ‘대통령의 말씀’이 이 같은 증상에서 비롯되었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대통령에 대한 인격 모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원인이 어디에 있든, ‘거짓말이 습관’이 된다면 그런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국민의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인사문제 역시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증실패로 그만 둔 차관급 이상 인사는 11명에 달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포함한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도 14명이나 됐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장관들이 일을 잘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들이 일을 잘한다고 하는 것은 ‘국회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국회모독’ 일수 있다.

“장관임명을 함에 있어, 국회 청문회 결과에 연연하기 않겠다”는 오만이자 “국회인사 청문회가 필요 없다”는 독선에 다름 아니다.

이 뿐이 아니다. 국민을 황당하게 하고 화나게 만드는 것은 북한에는 할 말도 못하는 정부의 비루함이다.

북은 지난 4일과 9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탄도 미사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행거리 270킬로 또는 400킬로 이상이라면 서울과 게룡대를 탄착점으로 한 ‘특화된 미사일 훈련’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 발사됐던 류의 북한 미사일이 발사 각도를 남쪽으로 튼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하지 못했다. ‘불상의 발사체‘운운으로 땜질하는 비겁을 서슴지 않았다.

문정부가 북 눈치 보기에 얼마나 쩔쩔매고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행태다.

‘모든 말과 행위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업보(業報)가 그렇다.

업(業)은 사람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행위다.

보(報)는 이러한 행위에 따르는 고락(苦樂)의 인과(因果)다.

선업(善業)에는 즐거운 보가 따르고 악업(惡業)에는 괴로운 보가 따르는 것이다.

사람이 짓는 행위에 따라 그 갚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는 여기서 비롯됐다.

‘뿌린 대로 거둔다’거나 ‘사필귀정(事必歸正)’, ‘죄와 벌’ 등도 같은 범주에 속할 것이다.

인과응보는 불교 교리의 기본이 되는 사상이지만 세상이치에서도 큰 가르침이 되고 있다.

정부 정책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의 업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선업을 쌓고 있는가, 아니면 악업을 키우고 있는가.

지금까지 보고 느낀 바로는 불안하다. 선업보다 악업을 키우는 것 같아서다.

불기(佛紀)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는 마음은 그래서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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