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보고서를 두고 국토교통부(용역진)와 제2공항 반대위 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제2공항 입지선정 사전타당성용역 재조사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원회) 논의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국토부-용역진, "ADPi 대안 충분히 고려해서 부적절 결정한 것"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ADPi 보고서를 공개한 이후, 사전타당성 용역을 담당했던 한국항공대 컨소시엄(이하 용역진)은 보고서의 폐기는 과업지시서의 보안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한 바있다.

과업지시서의 과업수행 중 '생산된 자료 등의 폐기물은 정‧부 보안관리 책임자 책임 하에 철저히 분쇄하여 파기하거나 완전 소각하여야한다'라기 명시돼 있었다는 것.

또한, 보도자료로 보고서 내용을 짤막하게 요약한 내용에서 ADPi의 세가지 대안을 각각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와 용역진이 지난 2월 14일 제주도청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수립을 발표하는 모습(자료사진=제주투데이DB)

먼저 ADPi의 첫번째 대안인 '주활주로 확장안'은 제주공항 단기 확충방안에 반영한 상태다. 두번째 대안인 '평행활주로 신설안'은 환경 파괴와 과다한 사업비 등을 이유로 부적절 처리했다.

문제는 세번째 대안인 '남북활주로 활용 방안'이다. ADPi는 "관제부문의 일부 도전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보조활주로의 재활성화와 교차활주로의 결한 운용은 2035년경까지 필요한 수용력을 제공하는 저렴한 대안"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또한, 이 방안을 활용할 경우 시간당 60회 운항이 가능해 2035년 항공수요 4,560만명을 채울 수 있을 수 있다는 것.

ADPi 보고서의 남북활주로 방안 조감도

이에 ADPi는 "남북활주로의 길이가 짧아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EMAS 재질의 착륙판을 설치해 길이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최대 슬롯은 시간당 60회에 달할 수 있다는 것. 다만 "하나의 교차로로 수용하기 어려워지는 2020년 전까지는 굳이 교차활주로 활용을 완전히 실행할 필요는 적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용역진은 "이 방안을 검토한 결과 교차활주로의 용량으로 수요 처리가 어렵고, 착륙 항공기와 이륙 항공기 동선 충돌 우려 등 관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용역진은 "국내 여건 등을 고려하여 반영하기 위해 세가지 방안에 대해 국토부 T/F팀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했다"며 "유신은 대안별 사업비 분석 등 기술적인 지원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반대위, "제2공항 미리 정해놓고 ADPi 일부러 누락"

반면, 제2공항 반대단체들(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은 이런 용역진과 국토부의 입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재차 반발했다. 지난 10일 용역진의 설명서가 ADPi 보고서에 없는 내용을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오보를 대량생산하게 했다는 것.

이에 반대단체들은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공항만으로도 수용이 충분하다"고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제2공항 성산읍 반대위와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등 제2공항 반대 단체들이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반대단체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세 번째 대안인 '남북활주로 활용 방안'이었다.

단체들은 "ADPi가 제안한 권장사항이 시행되면 2035년까지 예상되는 항공교통 증가에 대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제2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현 공항 활용 극대화 방안을 은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관제탑과 인력 배치만 적절하다면 활주로 포장을 새롭게 해서 짧은 거리에도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 ADPi의 설명이었다"며 "시간당 슬롯 60회면 국토부가 말하는 4,800만명 수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제2공항 성산읍 반대위와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등 제2공항 반대 단체들이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특히 단체들은 용역진이 이 대안을 부적절 처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상빈 범도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용역진 말대로라면 세계적인 전문기관인 ADPi가 충돌 위험이 있는 대안을 내놓았다는 것인데, 왜 ADPi가 그런 대안을 내놓겠느냐"며 "내일 있을 검토위에서 이 대안을 부적절 처리한 이유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대위와 국토부 등은 내일 14일 오전 10시 제주설문대여성회관에서 제3차 검토위 회의를 가진 뒤, 오후 2시 30분에는 제주테크노파크 10층 벤처마루에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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