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노래로, 연주자는 연주 악기로 표현한다."

사회자 없음은 물론 가수나 연주자도 군살 같은 말 한마디 없었다. 1,300백석의 오사카 NHK홀을 꽉 메운 공연장은 출연자와 관객이 하나가 된 한시간 30분의 드라마였다.
 
6월 28일과 29일, 2일간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오사카에 울리는 한.일화합의 멜로디 기념공연' <조수미. 오케스트라 경기 필하모닉> 이 5월 17일, 오사카 NHK홀에서 주오사카한국문화원(원장 정태구) 주최로 열렸다.
 
1997년에 창단해서 2008년부터 중국,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폴란드 등 각지에서 공연을 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알려진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정나라 지휘로 W.A.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K.492 서곡. 목관악기 오보에의 오보이스트 김예현과 J.N. 흄멜의<오케스트라와 오보에를 위한 서주와 주제 변주곡>을,  L.A.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OP.92>. J. 스트라우스2세의 왈츠곡<봄의 소리>가 연주되었다.
 
오사카 동포는 물론 많은 일본인 관람객 거의가 직접 들어보지 못했던 조수미 소프라노 가수의 등장에 장내는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 속에 휩싸였다. 임긍수 작곡, 송길자 작사로서 서울국제콩클의 필수 지정곡으로 선정된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이 첫번째 곡이었다.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 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아름 안고서/ 물 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내리누나/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 왔네/(생략)
 
서정적인 가사의 이 가곡은 한국 성악가들이 많이 불렀었고, 특히 조수미가 불러서 더욱 알려졌다는 한국의 대중적 애창곡이 은은하게 장내에 울려퍼지고 끝났을 때는 그의 소프라노에 취한 관객들의 환성이 더 높아졌다.
 
다음 연주곡은 <다랑쉬-달이 걸린 오름>이어서 필자는 깜짝 놀랐다. '다랑쉬'만이라면 우연히  다른 곳에서도 쓰는 지명이나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달이 걸린 오름'이라는 '오름'의 제주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4.3의 또 하나의 상징적 비극으로 알려진 다랑쉬 동굴의 이야기를 주제로, 김대성 작곡가가 진혼곡으로서 만든 곡이었다. 처음 알고 처음 듣는 곡이고 이번 공연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필자에게는 경외로움이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 해금과 가야금으로 편성되었던 원곡을, 고수영 해금 연주자와 서양 관현악으로 편곡되었다고 한다.
 
뒤 이어 조수미가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삽입곡으로 오보에의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영화 음악에 권태희 작곡, 오시마 미치루 작사 <바람이 머무는 날>을  불렀다. 이 노래는 지난 4월에 조수미의 새 앨범에 수록된 노래인데, 자신이 부른 노래를 들으면서 처음 울었던 곡이라고 5월 7일 인터뷰에서 말했었다. 치매에 걸려서 자기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 생각 때문에 울었다는데 그녀의 사모곡이기도 하다. 전문을 소개한다.
    
권태희 작곡, 오시마 미치루의 작시(風笛:카자부에) '바람이 머무는 날'이다.
 
바람이 머무는 날엔/ 엄마 목소리 귀에 울려/ 헤어져 있어도 시간이 흘러도/ 어제처럼 한결 같이/ 어둠이 깊어질 때면/ 엄마 얼굴을 그려보네/ 거울 앞에 서서 미소지으면/ 바라보는 모습/ 어쩜 이리 닮았느지/ 함께 부르던 노래 축복되고/ 같이 걸었던 그길/ 선물 같은 추억되었네/ 바람 속에 울리는/ 그대 웃음 소리 그리워/ 
 
이 노래 다음에는 광복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예능제작자협회가 기획한 <통일앨범>에 수록된 곡으로서 평화, 통일,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그 날이 오면>을 불렀다. 몇 행만 소개한다.
 
수 없이 계절은 바뀌어도 변치 않는 단 하나/ 그대를 향한 내 그리움 너무 그리워/ 우리의 이별은 너무 길다 이젠 만나야 한다/ 서운한 마음은 모두 잊자 우리는 하나니까/우리의 소원은 단 하나 다시 만나야 한다/ 나와 두손 꼭 잡고서 기쁜 노래를 부르자/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다시 만나는 날/(생략)
 
김대성 작곡 <윤회>가 한국의 해금과 일본의 전통악기 샤쿠하치(尺八)의 이중협주곡으로, 그리고 서양 관현악을 위해서 편곡되어 연주되었다. 이 곡은 불교의 윤회(輪廻)의 의미보다 '윤회'를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해금의 고수영과 샤쿠하치의 미쓰하시 키후의 공연으로 샤쿠하치는 남성을, 해금은 여성을 나타내는 <사랑의 이중창>을 이미지했다.
 
마지막으로 조수미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에서 <불가사의>를 불렀다. 이 곡은 <꽃에서 꽃으로:Sempre Libere> 다음으로 알려진 아리아이다.
그칠 줄 모르는 감동의 박수와 앵콜 속에 조수미는 오키나와 민요조의 노래를 대중 가곡화 시켜 일본의 명곡으로 불리워지는 <하나:꽃>를 불러서 다시 갈채를 받았다.
 
"한.일화합의 멜로디"이니까 이 감동의 공연에 일본인들도 더 출연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무척 남는다"고 필자와 같이 관람한 일본인 친구의 감상이었다. 시간적인 제약과 모처럼 외국 공연차 온 한국인들에게 공연 시간을 많이 제공하기 위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인 공연자는 한 사람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대답했다.
 
밤 아홉시쯤에 끝나 NHK홀을 나왔을 때,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게 갠 신록의 5월 달밤이었다. 보름달에 가까운 음력 13일 달이 고즈넉하게 인적이 별로 없는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NHK홀은 오사카를 상징하는 오사카부청, 오사카부 경찰본부 등이 관공서가 집중되고 그 밑에는 오사카성이 넓게 자리 잡고 있는 곳에 있다. 낮에는 가장 북적거리는 곳이지만 밤에는 썰물처럼 인적이 빠져 나가는 곳이다.
 
약 한시간 반에 걸친 "한.일화합의 맬로디"의 감동의 여운이 이 주변만을 감싸지 말고 그야말로 한,일 양국의 화합의 멜로디가 되기를 기원한다. 약 한달 밖에 남지 않은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수상의 회담은 아직도 정하지 못한 채 표류 중에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일회담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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