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대의(代議)기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나사가 빠져버린 것이다.

정상적인 절차는 내팽개쳐지고 도의회 의장의 ‘의사(議事)결정 방망이’는 이리저리 눈치 보기로 엿가락처럼 휘어버렸다..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일부 개정안(이하 ’개정안‘)’ 이야기다.

‘개정안’은 조례로 정하는 공공시설 중 보전지구의 각 1등급 지역 안에서 설치할 수 없는 시설에 ‘항만’과 ‘공항’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앞으로 관리보전지역에 공항⦁항만 등의 대규모 기반시설을 할 경우, 도의회의 사전 보전 지역 해제 동의 절차를 밟도록 돼 있다.

이 ‘개정안’은 홍명환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같은 당 소속 의원 12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 했었다.

“개정안‘은 ’제2공항 문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제2공항’ 건설부지 내에 관리보전지역 1등급인 지하수 보전지구가 5군데, 총 4만4582평방미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정안 찬-반 갈등’이 ‘제2공항 찬-반 갈등’의 불에 기름을 끼얹으며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의 ‘개정안’은 21일 관련 상임위인 환경도시위원회 안건 심사에서 통과됐다.

찬성이 4명, 반대가 3명이었다. 상임위 통과와 관련, 갈등구조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입증하듯 김태석 도의회 의장은 22일, 본회의 표결을 한 시간 앞두고 ‘상정 보류’를 결정했다.

상임위에서 통과한 조례 개정안을 본회의 직전, 의장이 직권으로 보류해 버린 것이다.

이유는 “내부 갈등 때문”이라고 했다.

‘개정안’ 직권 상정 보류 후 김의장은 “‘상정’ 의견도 있었고, ‘유보’ 의견도 있었지만 내부갈등이 두려웠고 ‘개정안’에 서명했던 일부 의원들의 ‘유보’의견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하여 도의원 사이에서도 첨예한 대립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도의회는 도민의 대의기관(代議機關)이다. 도민을 대표해 조례를 제⦁개정하거나 폐지하는 자치 입법권을 갖고 있다. 자치입법권은 도의회 권한 중 상위 권한이다.

도의원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고 있다. 행정기관과 견주어 기관대립형 주민대표기관이며 입법기관이며 의결기관이다. 집행부에 대한 감시 견제 기능도 갖고 있다.

‘개정안’ 상정 보류는 도민이 명령하는 이러한 대의기관으로서의 권한과 역할이나 소명을 보류하거나 포기해버린 것이다.

특히 도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지방자치법(제34조)에 의하면 그렇다.

그런데도 작금의 제주도의회와 도의원들은 도민이 부여한 권한과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제기된 ‘개정안’ 처리 과정만 놓고 보아도 그러하다.

현재 제주도의회 의석수는 교육의원 5명을 포함해 43석이다.

더불어민주당 29석, 자유한국당 2석, 바른미래당 2석, 정의당 1석, 무소속이 4석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과반수를 훨씬 넘고 있다. 의회 의장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사실상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미뤄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정당은 공통된 정책으로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조직된 정치 이념집단이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조직인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의 역할에 도민적 관심과 기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제주의 최대 현안은 ‘제2공항 문제’일 수밖에 없다. 찬-반이 첨예하다. 그만큼 갈등과 분열구조도 예리하다.

그렇다면 제주도의회 의석을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최대 현안인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찬성인가? 반대인가?

물음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도의원들은 도민갈등과 분열구조 해소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노력했었는가?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어떠한 역할을 했었는가?

책임 있는 공당의 의원이라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도민을 위해 무엇을 할지 당당하게 소신을 밝혀야 할 일이다.

당론을 결정해 국민의 지지를 유도하는 것이 정당이 할 일이다.

여론을 형성하고 조직화하여 이를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의 정책결정에 반영하는 일이다.

집권여당인 문재인정부의 국책사업, 그것도 제주도 미래와 제주도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제2공항 문제’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것은 비겁하고 옹졸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이거다”, “저거다”, 당론을 정하고 당론에 따라 도민을 설득하고 갈등을 풀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개정안’ 처리문제도 그렇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같은 정책과 같은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소속의원이라면, 치열한 토론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문제 사안을 정리하고 추진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각개 약진은 조직을 금가게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연명하여 발의했고 상임위까지 통과한 ‘개정안’을 같은 당 소속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을 보류해 버렸다,

‘콩가루 정당’일 수밖에 없다. 이는 비겁한 눈치 보기의 전형이며 ‘무소신’과 ‘무책임’의 극치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안’ 직권상정으로 야기될 향후의 분란과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도의회 의장이 질 수밖에 없다.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도의원들도 책임공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주 인용하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트루먼 전 대통령은 자신의 책상위에 항상 이 팻말을 놓고 경계(警戒)로 삼았다고 한다.

‘모든 책임은 여기에 있다(The buck stops here)'.

책임의 리더십을 말하는 것이다.

도의회 김의장이 어떤 책임을 지고,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도민갈등을 부추기는 의사 결정', ‘나사가 빠진 도의회 의결 구조’에 화가 나고 하도 답답해서 해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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