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정상적인 공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오늘 공청회를 중단하겠습니다."

김재철 제주도 공항확충지원과장이 마이크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 공청회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지 15분여만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 공청회를 4일 오후 3시 성산체육회관에서 개최했다. 하지만 제2공항 반대단체와 반대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인해 제대로 된 설명회조차 열지 못한채 발걸음을 돌렸다.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 공청회가 열리는 성산체육회관에서 반대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반발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사실 이날 이같은 혼란을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5월 23일 제주시 제주도체육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던 1차 공청회도 반대단체들의 거센 저항으로 파행을 빚은 바 있다.

제2공항 사전타당성용역 재조사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원회)가 아직 활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제주도정이 제2공항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어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공론조사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반대단체를 비판했던 발언은 이런 반발감에 불을 붙였다.

이날 공청회가 열리기 한 시간여 전부터 성산체육회관 강당의 분위기는 험악했다. 지난 제주시 공청회에서는 반대단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날 공청회에는 성산주민들도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공청회 시작 전부터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고 있는 성산읍의 반대주민들.(사진=김관모 기자)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 공청회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제주도자치경찰단에서는 2백여명의 경찰병력을 대기시키기도 했다.

강당의 단상 앞에는 이미 공무원들 50~60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있었다. 공무원들의 절반 이상은 여성들이었다. 이것을 본 반대주민들은 "왜 공무원들이 여기서 주민을 막고 있느냐", "왜 원희룡은 여성공무원을 방패로 삼느냐"면서 크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공무원들을 단상 앞에서 내보내려 했고, 버티려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주민들이 단상에 올라가지 않게 스크럼을 짜고 있는 공무원들.(사진=김관모 기자)
김재철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 과장이 공청회 진행을 하려하자 반대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바로 그 옆에서는 반대주민들이 스피커를 가지고 와서 제2공항 반대를 주장하는 릴레이 발표를 했다.

이날 공청회를 주관했던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은 이날 일정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반대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단상 앞을 지키던 공무원들이 철수했고, 반대주민들이 단상 위에 올라가 플랫카드를 들고 제2공항 건설 반대 구호를 제창했다.

그러자 더 이상 공청회를 진행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일부 제2공항 찬성 주민들이 먼저 뒤로 빠져나갔다. 이어서 제주도는 이날 공청회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청회를 빠져나가는 공무원들과 제2공항 찬성 주민들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 공청회가 열리는 성산체육회관에서 반대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반발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현학수 단장은 "이렇게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공청회를 계획하기 어렵다"며 "찬반 주민들이나 공무원들이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철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공청회 등의 방식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개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만 거치기로 한 것.

현재 제주도정이 접수받은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 의견은 불과 십수여 건. 제2공항과 관련된 논란을 그대로 방치하는 속에서 제주도의 의견수렴은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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