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국에서는 '과거찾기' 열기가 계절의 더위에 못지 않게 상승중이다. 특히 일본과의 역사인식에서는 더욱 그렇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안)'도 그 흐름의 하나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통치 시기인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광복 후 지금까지 도내 학교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 청산에 관심을 가져 왔다"고 조례안을 발의한 송창권 의원은 말하면서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자주독립과 애국정신을 고취 시키고 역사를 바로 세우게 할 필요성이 있어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제주의 소리에서 6월 3일 밝히고 있다.

이 기사를 읽고 필자는 몹시 놀랐다. 다른 지역에서 일제 식민 잔재를 없애기 위해 친일 인사가 지은 교가까지 새로운 교가로 대체한다는 기사를 읽어서 놀랐었는데 그 연장선의 놀라움이었다. 지난 5월 2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사당 도민의 방에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일제 강점기 식민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었다.

이 공청회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조사헀더니 5월 2일자 제주경제신문에 그 내용이 좀더 자세하게 나왔었다. 제주학연구센터 박찬식 센터장의 발제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박 센터장은 '학교 현장에서 일제 잔재청산'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 시행된 각종 국가주의적 시책은 식민지 지배정책을 답습한 결과이고 해방 이후 70여년 동안 과거 청산이 미뤄지고 식민 유산들이 방치되거나 활용되면서 일제 잔재라는 독소는 여전히 위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005년 '교육문화에 대한 반성 토론회' 내용을 인용하며, 애국조회, 수학여행, 운동회, 소풍, 반장과 주번, 교훈과 급훈, 등교지도, 복장검사 등이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일제 관행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은 일제가 천황제 국가 형성에 필요한 국민을 길러내려고 시행한 학교 규율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센터장은 '철저한 실사구시적 전수조사와 역사적 고증' '역사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 수정안 제시' '학교 현장의 자체적인 활동 존중 및 교육청의 하향적 지시 억제' '학생들이 지나치게 배타적인 민족주의의 감정을 갖지 않도록 교육방향 설정' '국가주의와 국수적 문화에 대한 반성적 성찰' 등의 식민 잔재 정신의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고 한다.

제주도교육청의 발표에 의하면 학교 속의 일제 잔재는, 학교명에 <제일> <중앙> <동서남북> 등 방위 개념의 명칭과 교목(校木:가이즈카 향나무), 언어면에서는 <훈화> <훈시> <회고사> <주번> <유치원> 등도 일제 잔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향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는 도내 21개교로 초등학교 12개교, 중학교 5개교, 고등학교 4개교라면서, 향나무 보유교는, 초등학교 1,318그루 중학교, 300그루, 고등학교 535그루, 특수학교 4그루로서 모두 2,157그루가 있다고 한다.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일제 식민 잔재 청산안'을 발의한 송창권 의원은 "학생들에게 자주독립과 애국정신을 고취시키고 역사를 바로 세우게 할 필요성이 있어 조례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송 의원을 비롯해서 이 조례안을 추진하는 다른 의원들도 그 취지와 목적은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조례안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주독립과 애국정신이 결여되고 있는 듯한 내용에는 회의적이고 그 취지에는 반대한다. 필자는 초, 중,고를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이러한 조례안이 없었기 때문에 '자주독립과 애국정신'이 결여되었다고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왜곡된 역사인식을 수정하고 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한 조례안이라는데는 더욱 납득할 수 없다. 앞에 열거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의회의 조례안까지 발의하면서 제정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학교 명칭에 대해서는 일제 당시 일본이 의도적인 이해 관계가 있어서 학교명을 정한 것이 아니고 편의상 방위 개념을 기준으로 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시 되는 것은 지역의 유래와 문화 등의 정서적인 면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제주도내 21개교가 교목으로 지정하고 보유하고 있는 일본 원산지인 향나무 2,157그루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교목까지 지정할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않지만 일본 향나무라고 해서, 그 나무를 대하는 왜곡된 시선은 버려야 한다. 처음 교정에 이 나무를 심었을 때는 정원수로서 학교 교정에 알맞았으니까 심었을 것이며 그것이 여러 학교로 확대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나무에게 사람들이 원산지라는 나무의 국적을 정한 것이며, 나무에게 일제 잔재의 책임을 덧씌우는 행위는 넌센스이며 가혹하다. 나무는 순수한 자연 그것이다. 나무는 자신의 안일을 위해서 스스로가 사람들처럼 이동을 안한다.

한때 '대학나무'라고 해서 제주도를 대표하는 감귤은 제주출신 재일동포들이 일본에서 감귤나무를 고향에 보내서 제주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면 모두 일본산인 향나무와 감귤나무를 우리는 서로 어떤 시각으로 펑해야 할 것인가. 서귀포에는 감귤박물관도 있다. 

제주도내에 있는 교가에 대한 발표는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교가도 그렇다. 다른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지금까지 애창해 온 교가를 그가 친일이라는 이유 때문에 폐기 시키고 새로운 교가를 만든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었을 때 안타깝고 씁쓸했다. 일본 매스컴에서도 이 기사를 보도했다.

교가를 지은 사람이 친일 행위를 했다고 하드라도, 순수한 학교 사랑으로 교가를 지었을 것이며,  많은 학생들은 모교 상징인 이 교가를 애창했을 것이다.  교가에는 그들의 추억은 물론 꿈과 낭만들이 어우러진 학창시절의 오케스트라적인 인생을 같이 했다. 교가의 폐기는 인생 중에 가장 빛나는 10대 인생의 학창시절을 박탈하는 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6월 3일 입법 예고한 조례안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공고 제 2019-69호'로서 '조례명'으로 시작해서 '제1조(목적) '제2조(정의)' '제3조(도교육감의 책무)' '제4조(사업)' '제5조(추진계획의 수립 등)' '제6조(위원회의 설치)' '제7조(위원회 구성)' '제8조(위원회의 회의 등)' '제9조(예산 지원)' '제10조(시행규칙)으로 작성되었다. 

동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애국 애족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박찬식 센터장의 발표처럼 '애국조회' '수학여행' '소풍' '교훈과 급훈' 등이 일제시대에 생긴 것은 한국의 근대화가 안타깝게도 일본의 식민지시대와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근대화 속에 학교의 이러한 행사나 규칙은 학교만이 아니고 어느 조직사회에서도 만들고 지켜야 할 필수조건이다.

그것이 일제시대에 정해 졌다고 해서 모두 '일제 식민 잔재 청산'의 대상이라는 명목하에 논의된다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흑백 논리로서 납득할 수 없다. 더우기 전국 최초라는 조례안에 대한 집착에 대해서도 어떤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조례안에 대한 의견이 있는 단체나 개인은 의견서를 6월 7일까지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의견서 제출보다 이 조례안에 반대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필자는 지금 동포 최대 밀집지인 이쿠노(生野)에서 '대한민국 민단이쿠노남지부' 지단장을 맡고 있다. 지부 사무실 3층 옥상에는 훌륭한 국기 게양대가 있어서 언제나 필자가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구입한 태극기를 그냥 게양하면 한번 밖에 깁지 않은 미싱 실이 오래 가지 않아서 끊어지기 때문에, 그 위에다 다시 손바늘로 몇 차례 기워서 게양하고 있다. 일본 하늘에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를 우러러볼 때마다 조국, 한국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참고로 경기도의회가 '일본 전범기업 스티커'와 '독도에 위안부 소녀상' 설치운동에 대한 논란을 이르켰을 때 필자가 제주투데이에 쓴 기사를 첨부한다.
http://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14249
http://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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