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대한적십자사 제주혈액원 권혜란 원장에 의하면 요즘은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헌혈의 집을 방문해 헌혈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교육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은 올바로 자랄 것이라 여겨져 두 손 들어 환영한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살기 좋아지니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꽤 늘고 있다. 제주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가 결성 되던 20세기 말에만 해도 우리 고장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인구의 10% 남짓하였으나, 이제는 25%에 육박하여 전국에서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좀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였으나, 이제는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못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50%에 이르는 선진국 수준에 다다르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자원봉사란 무엇이든 간에 귀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래도 하기 쉬운 정도와 그 결과에 따라서 급수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가장 손쉬운 봉사는 돈이나 물품으로 하는 봉사다. 돈이란 것이 있다가 없기도 하고, 때로는 별 어려움 없이 벌기도 한다. 수천억 원 재산가에게 수백만 원은 푼돈이나 다름없다.

거기에 비해서 시간을 들이는 봉사는 훨씬 고귀하다. 우리 인생은 시간적으로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도 “이 부조 저 부조 해도 얼굴 부조가 최고여.” 했던 것이 아닐까. 즉 시간을 내어 참여하는 것이 더 큰 봉사라는 의미일 것이다.

더 큰 봉사를 꼽으라면 필자는 정신적 봉사를 꼽고 싶다. 오랫동안 갈고 딱은 정신적 자산을 나눠주는 것으로 예수나 석가, 공자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분들은 수천 년에 걸쳐 우리들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봉사를 하고 계신다.

하지만 필자는 생명을 나누는 봉사가 가장 값지다고 여긴다. 헌혈이나 장기기증과 같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봉사야 말로 정말 귀중한 봉사활동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뒤로하는 의인들도 최고의 봉사자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 귀중한 봉사 중 가장 손쉬운 것이 헌혈이다. 우리 제주도에도 600회 이상 헌혈하신 분이 계신다. 한전에 근무하시는 진성협님이시다, 진 선생님께서는 7백 회 가까이 헌혈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전에는 헌혈을 만 65세 미만만 할 수 있었는데 김상철 님께서 만 65세가 지났을 때에 헌혈을 하시고자 했으나 이 조항 때문에 할 수가 없자 “내가 아직 정정한데 왜 헌혈을 못 하게 하느냐!” 항의하셔서 헌혈을 만 70세까지 할 수 있도록 연장되었다.

그런데 이 헌혈 인구가 자꾸 감소하고 있어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권 원장의 글에 의하면(2019년 6월 19일, 제민일보 14면) 제주도 내의 혈액사용량은 전년도에 비해 15% 증가한 5만245 유니트가 되었는데 헌혈량은 9.4%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전에는 제주에서는 수술 불가능하였던 많은 병들이 이제는 수술가능하게 되니 자연히 혈액소요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데 헌혈량은 줄어들고 있다니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그 동안은 헌혈이 주로 청소년들에 의해 유지됐지만 국가적인 저출산 문제로 이제 해마다 청소년 숫자는 줄어들게 마련이어서 헌혈인구가 줄어들게 되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장년들이 헌혈에 적극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보다 건장하지 않은 필자는 만 70세가 되기 하루 전에 헌혈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헌혈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

우리 제주도가 더욱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청장년들께서 헌혈운동에 동참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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