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지역 관리 조례 개정안 부결

제주도의회와 민주당이 제2공항 검토 및 판단 능력 없다 자인한 셈

제주 '의회정치', 제2공항 검토 통한 갈등해소 기회 포기

도민공론조사 필요성 부각

보전지역 관리 조례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민주당 제주도의원들.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용호(성산읍), 송영훈(남원읍), 임상필(대천·중문·예래동), 조훈배(안덕면), 강성균(애월읍). 강성민(이도2동을), 김희현(일도2동), 고태순(아라동), 박호형(일도2동갑), 김경학(구좌읍·우도면) 의원.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안 부결됐다. 여론조사 결과 80%에 달하는 도민들이 보전지역 관리 조례 개정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제주도의회는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당이 제주도의회의 다수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선거에서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 38명(지역구와 비례대표 포함) 중 27명을 입성시켰다. 그야말로 '민주당 천하'인 셈이다. 

지난해 행정사무조사 요구를 부결하고 도민들의 비판 여론이 일자 김경학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고개 숙여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사과는 쇼였다. 그런 전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번에 도민 80%가 원하는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심지어 조례 개정안은 같은 당 홍명환 의원(이도2동갑)이 발의한 것이다. 자당 의원이 발의한 안건에 대한 당론조차 모으지 못했다. 공당의 꼴이 한없이 우스워졌다. 도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콩가루집안’이라는 비판은 자연스럽다. 표결 결과를 보면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

조례 개정안 표결에서 찬성한 민주당 의원은 10명.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민주당 의원도 10명이다. 반대하거나 기권한 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을 기록할 만하다. 강성민(이도2동을), 박호형(일도2동갑) ,송영훈(남원읍), 임상필(대천·중문·예래동), 조훈배(안덕면), 의원 5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강성균(애월읍), 고용호(성산읍), 고태순(아라동), 김경학(구좌읍·우도면), 김희현(일도2동을) 의원은 기권했다.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안 부결은 도의회, 특히 민주당 도의원들이 도민을 대표해 제2공항 사업을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다면 제동을 걸고, 문제가 없다면 승인하는 그런 중요한 역할을 맡지 않겠다고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제2공항에 대해 검토하고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자인한 셈이다. 조례 개정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도의원들은 앞으로 제2공항에 대해 거론할 자격이 없다.

강성민 의원의 지역구인 이도2동 주민들이 보전지역 관리 조례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강 의원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거리에 내걸었다.

제2공항 사업 계획을 검토하고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도민들에게 맡겨야 한다. 대의제로 뽑힌 도의원들의 책임과 권한 강화 포기. 이는 도의원들이 제2공항에 대해 판단할 자격이 없으니 도민들이 나서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제2공항 도민공론조사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다.

덧붙여 도민들의 도정 견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한 검토 능력이 도의원들보다 더 나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멸종위기종 동물들을 발견하고, 폐기된 제2공항 ADPi보고서를 만천하에 공개토록 한 것은 도의원들이 아니라 바로 ‘비전문가’ 제주도민들 아닌가.

제2공항 반대집회에서 '민주주의 유린하는 제2공항 물러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용호 의원. 고용호 의원의 표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제2공항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성산읍에 건설되는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점검해야 할 정치인이다. 하지만 고 의원은 보전지역 관리 조례 개정안 표결에서 기권했다. 제2공항을 검토하고 점검해야 하는 정치적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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