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자리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올 여름 잦은 비로 한껏 치솟았던 농산물 가격이 태풍 ‘매미’ 때문에 또다시 뛰고 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농산물 값도 거품이 걷히면서 안정세로 돌아서기 마련이다. 그러나 태풍 여파로 농작물피해가 크게 불어나면서 추석 연휴 직후에도 가격 상승세는 숨가쁘게 이어졌다.

16일 제주시내 동문시장과 신제주 종합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1일 개당 800원에 거래되던 무가 1,200원으로, 배추는 포기당 2,500원에서 3,500원으로 가격상승세가 숨가쁘게 이어졌다. 불과 5일새 무는 50.0%, 배추는 40.0%가 뛴 것이다.

특히 시설재배 작물의 가격 상승폭은 더 컸다. 미나리는 5kg 1묶음에 9,000원 하던 것이 1만5,000으로 66.6% 올랐으며, 깻잎은 4kg 1박스당 1만3,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무려 92.3% 상승했다. 상추도 4kg 1박스당 1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166.6%가 올라 당분간 고깃집에서 상추쌈을 먹기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농산물 값도 올랐지만 잦은 비에 폭우 피해로 결구(속이 비어 썩는 것)가 많아 품질저하가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태풍 피해지역이 김장철 무, 배추 출하지와 많이 겹쳐 김장철까지도 가격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지역 물가 구조가 하반기 농산물 작황 여하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볼 때 더욱 걱정되는 대목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중간상인들의 매점매석은 물론이고 밀수가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마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형태로든 농산물 가격 앙등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도 당국의 정책적인 대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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