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략>……………

밤이 왔다. 제주 바다의 밤물결 소리는 3등실에 뒤척이는

우리들을 덮치고 사라졌다. 아버지 안경은 잠잠했고.

부산역은 멋 있었어. 치악산 철쭉보다. 네온사인이 돌아가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배들이 떠 있는 항구의 바람과 사람들의

아우성이 신기했어. 남항동 시장에서 식료품 가게를 했는데

장사가 안되었지.  결국 우리는 신선동山으로 올라갔고

아버지는 전락했어. 항구의 불빛만 하얗게 빛났지.

외진 길 카바이트 그늘 아래서 아버지는 내게 말했어.

섬으로 가겠느냐고.

우리는 제주해협을 건넜다.  옛날의 그 어떤 사람들처럼.

……………<후  략>……………

 - 나기철 시집 「섬들의 오랜 꿈」에서 -

<지은이> 나 기 철 (1953~   )  서울출생.
1987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섬들의 오랜 꿈」, 남양여인숙」등이 있음. 

현재 신성여고 교사,  오현 귤림 문학회 회장

시인의 본적을 연작시 <청천강·6>에서 읽었다.
평양 출신의 장사꾼이신 아버지와 신의주 출신의 간호원이었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시인의 고향은 서울이지만,  시인은 기억이 없다.  원주로 떠나기 전 여섯 살까지 살았다던가.


<청천강·7> - 「1964년 8월」이란 시에서 보면 시인의 식구들이 제주 해협을 건너와  
제주 동부두 창고 2층을 빌어 가마니를 깔고 살았다 했다. 가난과 외로움은 시인의 어린 가슴에 바다보다 더 푸른 멍을 새겨놓았다.


한많은 역경의 부산에서의 생활을 접고 제주해협을 건너와 <옛날의 그 어떤 사람들처럼>
제주섬에 정착의 뿌리를 내리운지 이제 40 년이 된다 했다. 나 시인의 눈은 언제나 젖어있고, 순록의 눈빛을 닮았다. 그는 그 눈빛으로 시를 쓴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강부언 화백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