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가 잊고 있던 고구려 영웅 연개소문이 1,400년만에 드라마를 통해 부활한다.

SBS 대하사극 '연개소문(이환경 극본, 이종한 연출)'은 4년여의 제작기간, 4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매회 70분간 100회 방송이라는 양적 수치 뿐 아니라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논란인 동북공정에 대한 저항이 드라마의 중심 축이다.

28일 경상북도 문경시 오픈세트장에서 열린 '연개소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제작진와 출연진은 이 드라마가 단지 한 편의 사극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잊혀진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이라며 의의를 밝혔다. 특히 동북공정의 맞대응임을 재차 강조할 때는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아닌 역사 학술대회를 연상케 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행사에는 이환경 작가와 이종한 PD를 비롯해 연개소문 역의 유동근, 당태종 서인석과 장항선(장손무기 역), 최종환(고건무 역), 황인영(연수정 역), 이태곤(청년 연개소문 역) 등 주요 출연진이 함께 했다. 배우들은 모두 드라마 속 고구려 의상을 차려입고 나와 생생함을 더했다.

이환경 작가 "동북공정, 이 드라마로 무색해질 것"

10여년간 '용의 눈물', '태조왕건' 등 굵직한 사극을 선보여 온 이환경 작가는 "조선의 문을 연 태조 이성계(용의 눈물)와 고려의 문을 연 왕건(태조 왕건)을 거쳐 이제 그보다 1,000년을 거슬러 올라가 잠자고 있던 고구려의 문을 두드리려고 한다"면서 "동북공정이란 말이 이 드라마 한 편으로 무색해질 것이고 이 드라마가 두고두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으로 남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종한 PD 역시 "역사 속에 숨어있던 고구려인의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드라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배우들의 기대도 출연진 못지 않았다.

제작발표회 이전부터 여러 차례 "고구려 역사를 한 계단, 한 계단 찾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밝혀 왔던 유동근은 장장 5개월간 촬영해 드라마 1, 2회에 등장하는 안시성 전투신을 거론하며 "고구려의 전쟁이 어떠했는지 생생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개소문과는 피할 수 없는 경쟁자였지만 중국에서는 영웅으로 추앙받는 당태종 이세민을 연기할 서인석은 "오랑캐로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영웅과 영웅의 한 판 대결로 보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2번째 드라마 출연이자 첫 사극 도전인 이태곤 역시 방영 중인 드라마 '하늘이시여'의 왕모를 잊고 "한 청년이 어떤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가는지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제작진, MBC '주몽' 견제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제작진이 고구려를 다룬 또 다른 MBC 월화극 '주몽'에 대해 꺼내놓는 견제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이환경 작가는 "'주몽'이 잘 해서 약간 위기 의식을 느낀다. 잘한다, 잘하니 잘한다고 할 수밖에"라며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주몽'은 설화와 신화에 가깝고 '연개소문'은 정사에 기초한 역사 복원"이라고 밝혔다.

제작사 DSP의 문정수 대표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한편 행사에 참석한 SBS 안국정 사장은 "4년전부터 기획한 작품으로 오래된 묶은 책을 캐비넷에서 꺼내 결실을 맺게 됐다"면서 "그동안 트렌디 드라마에 집착해 온 게 SBS의 경향이었는데 감히 용기를 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시청자에게 고구려 역사의 새 모습을 확인시킬 '연개소문'은 '하늘이시여' 후속으로 7월 8일 오후 8시 45분 첫방송한다.  <CBS노컷뉴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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