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한라일보 사회면에 사진과 함께 게재된 기사는 그동안 잊었던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돼지 오줌보 축구 재밌어요>라는 제목과 남녀 어린이들이 제주경마공원에서 오줌보 공을 차는 사진이었다.

주위에서는 어린이와 어른들이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필자는 이 사진과 제목을 보는 순간 솔직히 소름이 끼쳤다.

물론 필자도 유년시절 돼지 오줌보로 공을 만들고 많이 차고 놀았다.

단막극처럼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미화된 과거와 추억들이 연쇄적으로 떠오르기까지 한다.

시합을 하는 어린이들 표정은 진지했지만 구경하는 남녀노소들의 얼굴은 모두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가난의 굴레에서 고무공 살 여유도 없어서 오줌보 공을 만들고 시합을 했던 그 시절에는 필연적이었다.

어린이들에게는 빼 놓을 수없는 놀이 문화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화된 과거와 추억의 놀이 문화를 우리 어른들은 정제없이 어린이들에게 재현 시키고 있다.

축구 공의 재료인 오줌보는 무엇인가?

이제까지 사람이 먹이를 주면서 키웠던 돼지의 장기이다.

한 마리의 생명체를 구성하는데 절대 필요한 장기의 하나이다.

우리는 그 장기에 바람을 넣고 마구잡이로 차고 있다.

그 돼지가 가엾다.

버릴 것 하나없이 사람을 위해 희생 당한 돼지의 장기가 무참히 채이고 있다.

값싼 감상에 젖어서 이 글을 쓰고 있지 않다.

돼지 머리는 고사 때 마다 절대 필요하며, 몸국은 돼지 삶은 국물로서 제주 향토 요리의 으뜸이다.

제주만이 아니고 오사카 향토 요리로 시민권을 얻고 있다.

돼지 꿈은 길몽으로서 우리들을 즐겁게 한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람들에게 은혜만 베푸는 돼지 장기로 공을 만들고 차는 행위는 그만 둬야 한다.

생명체에 대한 모독이다.

언젠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7월 31일 인터넷 신문 <제주의 소리>에 감동적인 기사가 게재되었었다.

송현우 시민기자님이 쓰신<"돼지 추모비"에 얽힌 아련한 사연> 기사였다.

2002년 봄에 돼지 사육장의 화재로 인하여 대량의 돼지들이 타 죽었다.

경영자는 자기들의 탓이라고 해서 추모비를 세웠다고 한다.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를 읽고 필자는 가슴 뭉쿨했다.

앞으로 오줌보 공이 존재하지 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06년 제주 도새기 축제) 주최자님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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