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검은 연미복 차림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 참배의식을 위해 신토(神道.일본의 전통종교) 사제를 뒤따라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과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종전기념일인 이날 신사 참배를 강행,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세력의 손을 들어줬다./뉴시스
15일 일본 각 TV 방송국의 생중계 속에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가 방영됐다.

국가를 대표하는 수상의 참배이니까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시청하면서 주시해야 되는데 그와는 정반대였다.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우거지상이 많이 노출됐다.

한.일 양국은 물론 일본 국민이 주시하는 가운데 그의 야스쿠니 극장이 개봉됐다.

아침 7시30분께 수상관저를 나온 고이즈미 수상은 7시40분께 참배를 마치고 공저로 돌아갔다.

그 사이 약 30분. 그가 감독.연출.주연까지 겸한 야스쿠니 극장이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을 위해 참배한다는 자신 넘치는 그의 되풀이 코멘트가 있었지만, 감동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긁어 부스럼인데 왜 가느냐 말이다.

당신의 퍼포먼스 때문에 일본 국익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데 그래도 강행하는  모습에 모두 모래씹는 표정이었다.

오전 10시 전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수상은 야스쿠니 문제 하나로 정상회담을 열지 않는 한국과 중국을 비난하면서, "유엔 상임이사국에 일본 가입을 반대하는 한국과 중국이지만 만일 자기가 이 때문에 양국과의 정상회담을 반대하면 그들도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라는 논리까지 내세웠다.

문제의 본질을 혼동하고 있는 아니, 일부러 모른 척 하는 수상 특유의 말머리 돌리기식이었다.

그리고 한.중 양국이 반대하니까 가면 안된다고 하는 세력들이 있는데 미디어가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상황을 배려해서 8월15일을 피하고 참배해 왔지만 그래도  반대하니까 오늘 참배했다며 가슴을 폈다.

이왕 욕 먹을 바에야 자기 소신대로 한다는 뱃심이었다.

이와미 다카오 마이니치신문 특별고문은 "패전을 음미하고 반성할 기념일에 외교트러블로 에스켈레이트화 시켜버린 추한 날이 돼버렸다"고 비난했다.

임기 말기 마지막 야스쿠니 참배를 그는 8월15일 감행했다.

일본 수상이 일본 국내 시설에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면 말도 안된다는 그의 논리 앞에 모든 정론은 마이동풍이었다.

아시아 주변 국가 사이에 가장 민감하고 상징적인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서 고이즈미 수상은 일본에서 가장 둔감한 수상으로 남게될 것이다.

"고이즈미 수상이 5년간 재임하면서 무엇을 했습니까. 아시아 외교를 망친 것 밖에 없습니다."

고이즈미 수상의 정적만이 아니라 양심 있는 지성인들까지 입을 모으고 있지만 그의 지지율은 추락할 줄을 모른다. 이 부조리도 다음 달이면 막을 내린다./일본 오사카 김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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