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바시(日本橋) 위에 설치한 고속도로를 철거합시다"

지난 2월 고이즈미 수상의 제안이었다.

니혼바시는 1603년에 세웠고 그 사이 열아홉번이나 개축하여 1999년도에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베스트 쓰리에 포함된 다리이지만 그 위에 고속도로가 건설되었기 때문에 역사적 중요성과 명성은 이름뿐이었다.

고이즈미 수상은 다리의 옛 모습을 되찾자면서 1964년 토쿄 올림픽때 가설된 고속도로 철거론을 들고 나왔다.

고속도로 이설을 논의하는 유식자회의 <니혼바시의 하늘을 되찾는회(일본 길회의)>가 바로 조직되었다.

일본 경제 연합회 회장이 이 조직의 회장으로 취임할 정도로 권위있는 회가 되었다.

"다리의 경관을 되찾기 위해서 고속도로를 철거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것 보다도 그 다리를 다른 장소로 이전하면 간단하다. 이것이 소설가의 발상이다."

수상의 고속도로 철거론에 따른 조직이 구성되고 활동을 시작하자 토쿄 이시하라 도지사는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막대한 비용이드는데 벼룩 한마리 잡기 위해 초가 삼간 태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텐넬 같은 다리가 되버린 니혼바시의 환경 개선은 신선미를 안고 미디어에 종종 등장했다.

이때마다 반드시 거론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서울의 청계천 부활이었다.

세계 대도시의 하나인 서울 복판에서 청계천이 옛 모습을 되찾은 것은, 그야말로 환경 세기인 21세기의 대표적 출발점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런데 필자의 선입감인지 몰라도 고이즈미 수상으로부터 청계천을 예로든 경우가 없다는 사실은 좀 섭섭하다.

유식자회의에서 몇차례 협의 끝에 최종안을 지난 8월 23일 발표했다.

다리 위를 달리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약 2Km를 철거해서 강변을 따라 지하 턴넬을 만들어서 고속도로로 사용한다는 안이었다.

또 같은 구간의 지상부분을 폭 5∼60m에 있는 건물들을 철거해서 계단식의 공원과 유람선도 띄운다고 했다.

총 공사비는 일화 5천억엔(한화 4조원) 이상이 걸린다.

오는 9월 15일 퇴임을 목전에 둔 고이즈미 수상께 정식 보고한다.

8월 24일 마이니치 신문은 이 보고서를 사설에도 게재했다.

이 안은 중장기적인 도시 재생과 환경 문제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취지와 공공투자에 이권이 개입돼서는 절대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서도 청계천 부활 기사가 다시 나왔다.

필자는 무엇보다 이것이 제일 기뻤다.

청계천 복구 공사 당시 이명박 서울 시장이 제주 산지천을 시찰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십일 전 필자는 홋카이도(北海道) 오다루(小樽) 운하를 보고 왔다.

다리 교각의 데자인이 이국적이며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빨간 벽돌로 지은 커다란 창고들이 줄지어 있었다.

밤에는 그 부근에 하얀 의자를 길밖으로 내놓고 손님들을 모시곤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곳을 흐르는 물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흐름이 원할하지 못해 진초록색의 썩은 물이었다.

그 운하의 다리 위에서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필자도 가족들과 찍었지만 바로 떠났다.

제주 산지천, 복구된 후 몇 차례 보면서 그 아기자기함에 놀랐다.

오타루를 갔다와서는 그 산지천이 더욱 보배스럽게 느껴졌다.

토쿄 고속도로를 쓰면서 비약적인 상상속에 산지천까지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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