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정을 담아온 중견 작가 홍창국 시인(53)이 그의 두번 째 시집 <고향오름>을 펴냈다.

"물안개 머리에 이고 버겁도록 달려온 세월/샛바람 물가르던 포구에서 늙은 갈매기 한 쌍가고 없지만 오늘도 하늘에 대고 울상짓는 저 애달픈 사연은 어찌할 건가/<중략> 허지만 지금도 기억을 마시고 버틸 수 있는 가을 달빛에 연줄을 내려주기로 한 선약이 있어서다" <용두암 중에서>

홍창국 시인의 '시학'은 이 작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진솔한 정감의 언어, 동화같은 순정이 배어있다.

마치 '용두암'이 승천하기를 지금 기다리는 형상이 우리 인간의 숙명에서 버틸 수 있는 '선약'을 기원하는 엄숙한 의식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시인이 진실되게 간구하는 존재 철학이나 가치관의 정립은 '저 애달픈 사연'에 대한 인생문제의 대입이다.

더러는 기원으로 혹은 체념으로 구체화되지만 그가 탐색하려는 시의 본령은 결국 시간성에서 체득하게 되는 인생의 존재나 자아의 인식이다.

"해가 지나 다시 오른 그곳에선 새치가 되어버린 억새꽃 서러워 보이고 재울천에 꾹꾹 눌어 심어놓은 사랑.."<영실환상 중에서>

"꽃 되어 곱게 뻗은 능선 그 아래 내가 누워있다 ...차가운 기운에 우뚝 서 있는 서북벽에는 사랑이 익고 있었다" <한라영산 중에서>

"귀한 님 그리다 죽어간 옹주의 첫사랑도 탐라성에 가을 이슬꽃 되어 피었습니다" <탐라성 끝부분에서>

그러나 시인에게서 제주 서정성의 원형은 가족을 포함한 사소한 주변의 정경들도 빼놓을 수 없다.

시인은 단적으로 '그 시절 고향풍경이 그리워집니다'라고 절규함으로써 그가 간직한 향수와 가족들은 시적 주체가 된다.

그리고 승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소중한 정서의 큰 축이 되고 있다.

그의 시에는 할머니와 손자,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삼촌 등 가족구성원들이 자주 등장한다.

'말솥' '양푼이' '정지 아궁이' 등 헤아릴 수 없는 제주 냄새의 언어가  쓰인다.

그의 시에서는 고향 서정의 출발을 "비록 고통스런 가난이/지겹도록 서러워도/눈물 한 방울 헛되게/보이지 않았다<수제비국 한술에도 중에서>"처럼 직시하기도 한다.

"화롯불은 따스했고 삼촌과 조카들은 정으로 있었습니다"<삼촌이 없는 빈 집에서>

그러면서도 고향의 정다운 풍경은 그의 시에서 계속되고 있다.<도움말 한국문인협회 사무처장 김송배 시인>

제주 광령에서 태어난 홍창국 시인은 1998년 월간순수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첫 시집 <추억이 있던 곳>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세계계관시인 문학상 대상과 제24회 세계시인대회 조직집행위원으로 공로상을 수상했다.

현재 제주산업정보대학에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문협.국제펜클럽회원.한국순수문학인협회 부회장과 제주지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2편의 시집 외에 공저 수필 <백록수필집>, 공저 시집 <아스팔트위에 서 있는 참새>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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