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주독의 김정진씨

"비록 지금은 벼랑 끝에 서 있지만, 언젠가는 꼭 날개를 펼칠 겁니다"

▲항상 해 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 김정진씨. 그는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의 미래다.
국민기초생활 수급대상 가정의 20대 가장 김정진씨(23·애월읍 광령리)는 수돗물로 배를 채운 뒤 운동장에 구르는 돌멩이만 차던 절대빈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그러나 그가 처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희망의 이웃이다.

그는 하루 4시간을 자며 낮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밤에는 일을 한다. 야경주독(夜耕晝讀)인 셈이다.

어렸을 적부터 김씨의 아버지는 수술 후유증과 '풍' 때문에 다리가 불편하여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상태. 또한 김씨의 형은 선천적인 지체장애자다.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던 어머니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며 그가 7살 나던 해 가족들을 남긴 채 떠났고, 그때부터 그와 남은 
가족들은 생활보조비에 의지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왔다.

내일 없는 빈곤의 굴레  …  그러나 볕 들 날은 온다                 

                  아버지 병 간호에 지체장애인 형 돌보며
                                                    경찰관의 꿈을 키우고 있는 희망의 이웃
 

그는 “초등학교를 다닐 때 소풍 갈 때마다 김밥을 못 싸가서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은 기억이 난다. 중학교를 다닐 때에는 ‘나는 왜 이런 가정에서 자라야하나’하며 방황도 많이 했었다”며 유년시절을 회상하곤 애써 눈물을 감추려 했다.
그는 그러나 "떠나간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고생만 하신 어머니께 나중에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경찰관.

그는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들, 법을 몰라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위해 참된 경찰이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는 2001년 고등학교 졸업 후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경찰이 되기 위해 T대학 경찰행정학과에 지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 1년 동안 전액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그는 밤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책값과 용돈을 마련하면서 꿈만 같았던 대학생활을 했다.

그러나 장학금 혜택기간은 1년. 한 학기에 250만원이 넘는 학비를 감당해 낼 여력이 없는 그는 2002년 여름 군에 자원 입대하게 된다.

그가 복무한 곳은 다름 아닌 의무경찰.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의무경찰 생활을 한 그는 "경찰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아 의무경찰에 지원했었다"고 말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2003년 3월, 김씨의 의무경찰 복무는 8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생계 유지 곤란 사유'로 인해 조기에 제대를 하게 된 것이다.

그는 현재 내년 복학할 때까지 마련해야 할 학비와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밤 11시부터 10시간동안 하는 24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낮 시간에는 중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성실성과 인내, 그리고 삶에 대한 열정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가난에서 탈출하겠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갖고 있다. “나도 때론 행복의 주인공이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도 책임이 있다. 

가난은 개인의 무능력이나 게으름의 탓으로 돌리던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빈곤계층의 자활을 위해 이제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이 제기되어야 하고, 지금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면 좀더 나은 방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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