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광고가 한글을 지키고 있다. 예능은 물론 보도 프로그램에서조차 오자와 엉터리 한글을 퍼뜨리는 TV와는 격이 다르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덕이다.

표준어 사용 원칙과 한글 맞춤법 그리고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지 않거나 못한 광고가 방송될 수 없도록 고르고 거른다. 비속어·은어·저속한 조어를 금한다. 외래어로 포용될 때까지 불필요한 외국어를 극구 막는다. '新나는' 따위의 치졸한 장난도 불허한다. 광고자율심의기구가 보호한 한글은 아주 많다.

광고모델이 "미소가 먹어줘"라고 말하는 광고를 수정했다. "어법상 맞지 않으며 광고적 표현으로 보기에는 수위를 벗어난 표현으로 바른 언어생활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영화광고 자막인 '3人 3色 러브스토리: 사랑 즐감'도 지적했다. '즐감'을 허용한다면, 이와 유사한 인위적 언어 줄임 표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모험하라', '위험하라', '실험하라'는 자동차 광고문구 가운데 '위험하라'도 꼬집어냈다. 명사 '위험'에 명령형 동사를 붙여 그릇되게 표기했기 때문이다.

운동화 광고는 '당신도 10명중에 한명이 될 수 있다'고 썼다가 '10명중의'로 바로 잡으라는 통보를 받으며 무식을 들키고 말았다. "티쳐, 내가 미쳐, 선생님 고정하세요, … 티쳐, 내가 미쳐 우릴 믿어 주세요, 티쳐 내가 미쳐"라며 호들갑을 떤 옷 광고 판정은 당연히 '불필요한 외국어 표현'이었다. 부적절 용어인 '바바리맨'을 끌어들이려던 의류업자에게는 기다렸다는 듯 '불가'를 의결했다.

광고심의 수준은 한글 학자급이다. 'A매치', '셀프카메라'라는 말은 광고에서 구경도 못한다. 'AD'는 '기원후'라고 적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BD'는 '빌딩', 'B1'은 '지하1'이다. 면도기 광고라도 '셰이빙' 대신 '면도(질)'로 기재해야 한다. '마라톤 코스'는 허용하되 '마라토너'까지는 아직 안된다.

짧은 광고가 끝나고 방송사 자체 제작 긴 프로그램이 나오는 순간, 한글은 무너진다. '희안한', '쭈꾸미', '트랜드', '산수갑산', '쑥맥' 등 오자가 난무한다. 고질병이 '낳지' 않고, 스튜디오는 '어두어'졌으며, '대게' 국어를 못하고, 뻐꾸기가 '날으는' TV다. '연애'를 '연예'로 기록할 지경이라면, 실수가 아니라 무지다. 

TV 한글 훼손 행위를 멈추려면 자막을 줄여야 한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도 아니다. 할 말을 제 입으로 전달할 능력이 없는 남녀는 출연시키지 말아야 한다. 10년 전 TV는 자막을 자제했다. 작금의 일본 TV식 요란한 자막은 1997년 일본통 개그맨이 도입했다. 이후 돌림병처럼 번졌다. 어느덧 제작진에게 없으면 허전한 존재가 돼버리며 똬리를 틀었다.

9일은 560돌 한글날이다. 유일하게 떳떳한 국경일이다. <사진>은 '오백예순 돌 한글날 기림 우표'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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