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들의 고향 "돌문화 공원">

"옥석(玉石)을 가리다"는 말이 있다.

비유의 대상으로 구슬과 돌을 예로 들어 돌의 가치를 쓰레기처럼 비하 시킨다.

그러나 교래리에 있는 <제주 돌문화 공원>에 가면 이 말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고 역전(逆轉)을 한다.

대자연 속에 돌의 숭고함과 외경스러움에 방문객들은 어느 사이엔가 속세의 마음을 비우게 된다.

지난 10일 <(사)민족문학 작가회의 제주도지회> 초청으로 일본에서 김시종 선생님이랑 모두 5명이 갔었다.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치고 13일 점심을 끝낸 후, 상기 작가회의 허영선 부회장님 안내로 <제주 국립박물관>에 가는 도중이었다.

저녁 비행기로 일본에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서 가까운 박물관에 들르기로 했었다.

그런데 월요일이어서 박물관은 휴관일이었다.

모두 망설일 때 필자가 <돌문화 공원>을 보고 싶다고 제의했다.

시간의 제약 속에 입구만 보고 오더라도 제주도에서 꼭 가고 싶은 곳이었다.

지난 4월 일본인 여성 세분이 제주를 안내해달라고 해서 갔었다.

<돌문화 공원>은 6월이 개원이었지만 그녀들을 데리고 공사가 한창인 그곳을 돌아보았다.

일본인인 그녀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다.

몇년전 <돌문화 공원> 기획 기사를 처음 신문에서 읽었을 때 마치 감전 당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우선 평수를 확인했다.

잘못 인쇄된 것도 아니고 틀림없는 백만평이었다.

다음은 과연 <탐라 목석원>에서 그 귀중한 소장품들을 기증할 것인가에 대한 의아심이었다.

그러나 이 기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제주의 상징으로서 클로즈업 될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후 <돌문화 공원>에 대한 후속 기사를 읽으면서 故 신철주 북제주군수님께 편지를 드렸다.

그전에도 신선한 발상 속에 북제주군을 이끌어 가시는 행정력에 감동했다는 편지를 몇 차례 드리고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한라일보에 기사화된 적도 있었지만 감동의 연속이었다.

안타깝게도 <돌문화 공원> 개원 일년을 앞두고 타계하신 소식을 들었을 때는 허탈감에 빠지곤 했다.

생전에 꼭 한번 뵙고 싶은 분이었다.

故 신철주 군수님은 행정인이라기 보다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인이시었다.

이번에 개원된 <돌문화 공원>을 정식으로 둘러보고 더욱 그것을 느꼈다.

비행기 시간을 재확인한 허영선 부회장님이 그날 떠날 김시종 선생님, 김창생 소설가와 필자를 안내해 주셔서 무척 기뻤다.

시간 관계상 여기저기 둘러볼 생각은 엄두도 못냈지만, 주차장에서 박물관까지만 하더라도 감동 바로 그것이었다.

1999년 1월 19일 북제주군과 탐라 목석원이 협약한 것을 기념으로 오르는 19계단은 <전설의 통로>로 가는 입구라고 한다.

수형석 및 관통석, 모자상, 설문대할망 위령탑, 오백장군 위령탑 등의 거석들은 웅대함 속에 포용력이 있었다.

이 포용력이야말로 그 돌들만이 갖고 있는 혼이었다.

그곳을 지나 <하늘 연못>으로 갔다.

<돌 박물관>의 지붕이라고 한다.

허부회장님의 소개로 그날 알게된 백운철 탐라 목석원 원장님으로부터,

<서양이나 서양인들은 이럴 경우 하늘로 치솟는 분수를 만들지만 저는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동(動)을 중요시 하는 서양과 정(靜)을 중요시 하는 동양의 제주에서, 조화스러운 이 기발한 발상력에 우리 일행은 말을 잃었다.

지름 40m 원둘레 125m에서 소리없이 밑으로 흘러 내리는 연못의 물은 마치 투명한 비닐 커텐의 흔들거림처럼 보였다.

<이 박물관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은 쓰레기 매립장이었습니다>

허부회장님의 추가 설명에 더욱 놀랬다.

옥석의 단어 개념만이 아니고 박토와 옥토의 개념까지 바꾸어버린 환경의 유토피아였다.

수심 30Cm밖에 안 되는 연못은 무대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데 새로운 문화와 예술들이 창조될 것이다.

다시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벽천계류를 따라 지하 전시관에 들어섰을 때는 정<靜>의 극치였다.

마치 조각가가 빚어낸 조각들처럼 현존하는 사물의 모습과 빼어 닮은 자연석과 그 그림자들은 화석과 같은 분신이었고 혼이었다.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합장의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밖으로 나와서 다시 <하늘 연못>을 바라보면서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림 엽서같은 제주 전통 초가가 눈에 띈다.

산기슭의 짙은 그늘과 늦은 오후 햇살에 빛나는 초가들의 콘트라스트는 눈물겹도록 정겨운 풍경들이었다.

이렇게 제주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삶의 모습들을 백만평의 부지에다 재현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제주 혼들의 고향>이다.

희귀한 소장품을 아낌없이 기증하여 오늘의 <돌문화 공원>을 개원하는데 가장 큰힘이 되신 백운철 목석원 원장님을 비롯한 담당자들님께 재외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특히 지난 해에 타계하신 故 신철주 북제주군수님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돌문화 공원>에 그분의 기념비(동상)건립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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