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모두의 책임?

제주사회가 시끄럽다.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교육감, 제주시장 등 소위 행정 수장들이 줄줄이 사법부의 도마위에 오르내리면서 도민들은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느냐는 허탈함과 함께 '결국 도민 모두가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 아닌가'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관련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 언론들은 예기치 않게 불쑥 불쑥 터져나온 사건과 법의 칼날을 예의주시하며 보도 수위를 조절하기에 바쁘고, 도민들은 행여 들려오는 소식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사실 조금만 귀를 귀울여 보면 이러한 과정에는 언론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알고 있으면서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못한 언론, 인정에 못이겨 묻혀 버린 기사, 심지어 금품 공세에 밀려 직무유기를 한 취재 보도들도 상당수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하지만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용기 또한 없을 것이다.

물론 필자 스스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들이다.

'관.언 유착 끊겠다'

그런 가운데 제주언론 종사자들이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던 '관(官).언(言)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자정 선언을 했다.

그 것도 매일 취재 현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행정 공무원들과 함께 말이다.

'바늘과 실'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매일 부딪히는 보도 현실에서 어쩌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행정과 언론이 함께 공동선언을 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심장한 일이다.

물론 이전에도 일부 언론매체나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그런 움직임이 없진 않았지만 이처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떡값과 선물을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고 하는 기자회견까지 가진 것은 전후후무한 일이라는게 주변의 평이다.

이는 조만간 제주도내 현직 기자들의 직능 조직인 제주도기자협회로 확산될 전망이다.

제주지역 공무원 한 관계자는 "공무원과 기자들이 함께 떡값과 금품을 받지 않기로 결의 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남아있는 촌지 관행들

사실 소위 '떡값'이라는 것은 설이나 추석 명절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명절 기간이어서 '떡'이라는 단어가 붙었을 뿐이지 은근히 '떡값'이 오고가는게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물론 예전같지도 않으며 일부라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촌지문화'라는 낡은 관행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행은 결국 언론의 무딘 비판과 견제의 기능으로서,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고스란히 되돌아 온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상당한 이유를 '언론매체의 열악한 환경'에서 기인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또한 그러한 관행과 풍토를 개인의 양심으로만 맡기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두텁다.

공무원과 언론 종사자들이 만천하에 자정 선언을 한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다.

이는 또 도민 개개인이 언론과 행정을 감시하고 격려해주는 따뜻한 애정의 눈길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 지역 사회에서 지금과 같은 보도 현실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우리가 설 자리는 없는 것 같아요."

언론 본연의 사명을 교과서 처럼 부르짓는 한 후배기자의 목소리가 귀가에 남는다.

현직 국회의원이 구속되고 각종 단체장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는 현실을 보면서 다시금 언론의 정도와 행정의 본분을 곰곰히 되새겨 보게 된다.

그 속에서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샘솟듯 피어오르는 깨끗한 행정과 당당한 언론의 내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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