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의 일이다. 국회 현경대 의원 비서실로부터 팩스 한 장이 날라 왔다. “법원행정처장에게 제주지방법원 금고업무를 지방은행으로 이양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법원 금고의 지방금고 이양은 지방은행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외환위기에 따른 국제통화기금체제 이전부터 줄곧 제기됐던 사안이다.


현재 제주지방법원 공탁금·관리금 규모는 약 500억원 정도다. 눈독을 들일만도 하다.


그러나 “또, 도민의 은행이냐"는 것이다. 제주은행 살리기에 앞장섰던 9201명의 도민주주를 생각하면, 지방의 정서를 너무 쉽게 파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휴지조각이 된 도민주 421억원에 대한 후유증이 여전히 계속하고 있는 데다, 진상조사·피해보상의 목소리가 상존하는 마당에 또 지방은행을 들먹이는 데에 대해 거부감마저 든다. 정녕 나만의 생각일까?


생각해보라. 어떻게 자본잠식 상황에 따른 경영개선 조치 속에서도 버젓이 도민주 방식으로 증자가 이뤄질 수 있는가? 회계법인과 감독당국이 부실은행 회생이라는 대의(?)명분아래 도민주를 희생시킨 것은 아닌가?


더욱이 제주은행이 부실의 늪에서 허덕일 당시에 제주은행 임직원의 대출이 은행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1%나 됐고, 저리의 주택자금의 경우에는 아예 전액을 제주은행 임직원이 독점하고 있었다. 은행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따지고 보면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다.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어떤 곳인가?. 신한은행을 정점으로 인터넷 금융포털사인 e신한, 신한 맥쿼리금융자문, 신한투신운용, 신한증권, 신한캐피탈, 제주은행 등 7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옛날의 제주은행이 아닌 것이다. 지역사회 토종이자 최고를 내세우고 있는 부산, 대구, 전북은행 등과는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


영업전략도 그 은행이 그 은행일 만큼 차별화가 안되고 있다. 제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모두 지역밀착 경영을 표방한다. 과거처럼 단순히 다소 높은 예금 금리와 간편한 대출절차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고객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차별화 된 영업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글로벌시대다. 중앙이니, 지방이니, 이중잣대로 재단하던 시대는 갔다. 우리는 외환위기에 따른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영업력으로 승부하라. “제주도민의 송사(訟事)와 관련된 자금이 계속 도외로 유출된다느니, 도민의 은행에서 금고를 맡아야 한다느니"하는 식의 영업전략은 지나갔다.


시장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투자에 관한 한 수익성이 우선이다. 언제까지 지방은행, 도민의 은행을 들먹일 것인가. 피곤하다. 우리는 제주은행이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차별화된 지역밀착 영업을 통해 좀 더 의젓해진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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