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홍 제주도의원.
현지홍 제주도의원.

제주도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의료법인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사업비로 부동산 임대사업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주도의회에서 나왔다.

현지홍(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28일 다음해 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인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제411회 2차 정례회 제2차 회의에서 제주도를 상대로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현 의원은 "제주시.서귀포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센터)와 관련해 중복사업이 너무 많다. 서귀포시는 거리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제주시 센터"라고 말했다.

현 의원에 따르소 제주시보건소는 제주시 센터 관련 사업 12건을 도내 A의료법인에 민간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다음해 편성된 예산은 모두 26억원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사업비 중 19억원이 인건비라는 것이다. 현 의원은 이뿐만 아니라 예산 중 7000만원이 임차료로 책정된 점에도 주목했다.

각 사업별로 보면 '세월호 피해자 심리지원 사업' 관련 임차료는 2800만원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임차료로 2700만원이 책정됐다.

김명재 제주도 방역대응과장이 "임대차 계약은 건물주와 위탁기관끼리 이뤄진다"고 말하자, 현 의원은 "(임차료가) 자체적으로 확정이 되면 금액이 아무리 비싸도 들어주느냐"고 질타했다.

현 의원은 수탁자인 A법인과 해당 법인이 임차료를 내고 있는 건물주인 B주식회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 의원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60평이 조금 넘고, 세월호피해자 심리지원사업이 이뤄지는 건물은 35평이다. 두 곳은 같은 건물"이라며 "상식적으로는 더 넓은 평수인 곳에 더 많은 임차료를 내야하지만, 실제로는 35평 건물에 임차료를 더 많이 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공시지가가 월 170여만원으로 책정이 돼있었고, 임차료도 그 수준에 맞춰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현 의원은 이에 더해 "B회사는 지난해 A법인 2016년 경매 매입한 해당 건물을 매매했다"면서 "그런데 B회사는 자본금이 1600만원에 불과한 기업이다. 이러한 회사가 건물을 매매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더 중요한건 건물을 산 B회사가 A법인에 14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는 것"이라면서 "B회사는 설립연도인 2018년 건물 등기 직전에 원래 세월호 심리지원 사업장이 있던 건물을 매매하기도 했다. 또 해당 건물을 사기 전에 A법인 대표와 B회사의 임원들이 매매 예약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법인에서 부동산임대업을 하기 위해 B회사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임대차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주도는 아무런 의심없이 수탁기관과 건물주간의 임차료 계약을 그냥 인정해준 것인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인철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임대료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는 확인해보겠다. 특히 이와 관련한 부분이 방만하게 커져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검토하고, 효율성에 대해서 논의한 뒤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김경미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김경미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이날 회의에서는 제주도가 법률적 근거 없이 민간위탁 사업기관에 임차료 지원 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경미 위원장도 "사회복지를 하면 지침이나 조례, 법률 등 임차료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회복지기관에는 임대료를 50%만 받는 곳도, 하나도 지원받지 못하는 곳도 상당히 많다"면서 "임차료를 지원해줄 근거가 있느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김 과장이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업계획안에 포함돼 있다"고 답하자 "사업계획안에만 넣어서 된다고 하면 모든 기관이나 센터가 계획안에 임차료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근거없이 예산이 편성되는 건 단 한 건도 있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임차료 근거를 마련한다고 해도 형평성과 공정성이 꼭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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