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짜릿한 감격은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배신감에 떨고 있다.

교육인사 비리 청산이라는 제주 교육계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 치러진 제11대 교육감 선거 마저 말장난에 그친 꼴이 됐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 교육계는 부정과 불법선거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 가졌던 우리가 바보다. "어쩌면 이렇게도 고질적인 정치판을 빼 닮았는가"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경찰 수사결과, 금권·타락선거의 전횡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모로 가도 당선되면 그만"라는 식의 금권선거가 판을 친 것이다. 오직 당선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심한 풍토를 보면서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한휴택 제주지방경찰청장이 지난 18일 수사관계자들을 모아놓고 "1000명이 넘더라도 혐의점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전원 소환하라"고 말한 점에 비춰볼 때 제주교육계에 사상 유례 없는 줄 소환이 예고되고 있다.

당선자 캠프(?)는 물론 모든 후보진영이 금권선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양주,  한라봉, 생선, 곶감, 농산물상품권이 등장하고, 007가방과, 감귤상자, 쇼핑백에서는 1억원이 넘는 돈 뭉치가 발견됐다. 마치 저급한 정치판을 보는 것 같다.

이같은 문제는 더 나아가 교육행정에 커다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또 교원사회의 특성상 가능성이 큰 편가르기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매표행위를 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도 다를 바 없다. 아니, 죄질이 더 나쁘다.

교육을 바꾸는 것은 유권자의 힘이다. 도대체 학운위원 자리가 어떤 자린가. 학교별로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의사결정을 하고 예산 집행을 감시 감독하는 교내기구이지 않은가. 교육감 선출권한은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부수적인 역할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됐다. 고질적인 ‘한국병’인 적당주의와 온정주의가 혼재되면서 결탁과 야합의 흥정이 이루어졌기에 치욕적인 결과를 낳고만 것이다.


교육감은 교육예산과 인사권은 물론,  교육의 내용과 제도 등 교육정책 전반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런 식의 난장판 선거에다, 특히 특정 분파의 힘이 작용한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고 제대로 될 리도 없다.

그 공약을 어찌 믿으란 말인가.

교육계마저 부정에 야합하는 사회 현상을 더 이상 지속시킨다면 우리의 미래는 너무도 어둡다. 더 이상 제도를 탓하지 않겠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교육계가 혼탁한 정치판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면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어떻게 학예 풍토를 진작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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