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파지(破紙) 된 이야기들이
포도 위에 지고 있다
교차로 신호등 앞을
서성이는 삶 언저리
기성화 낡은 뒤축에
-고정국 시집 「진눈깨비」시조 1수
<지은이> 고정국(1947~ ) : 남제주군 위미리 출생.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으로 등단.
시조집 「진눈깨비」외 시와 산문집 등이 있음.
전 제주민족문학 작가회 회장
그의 첫 시조집「진눈깨비」가 나온 것이 1990년 4월이니까 그의 나이 40초반 늦깎이 등단을 하고 2년 후였다.
그는 자신의 시조집 서문에서 <시조라는 정형의 틀에다 想을 용해시킨다는게 여의치 않아> 문학적 한계에 무수한 이마를 찍어댔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어둡고 쓰라린 과거의 아픔을 살 도려내듯, 피 토하듯 써내었다. 그의 <파지된 이야기들>이란 어떤 것들이었을까. <삐걱이는 일상>들이 그의 삶 언저리에 얼마나 호되고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었을까.
이제 그는 견디고 일어선 생의 아픔만큰 성숙한 힘으로 시조라는 정형의 틀에서 삶을 용해시키고 있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오윤선 화백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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