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경제논리에 밀려 프로야구 동계전지 훈련장 또는 야구장 조성하려 했던 서귀포시 호근동 하논(大沓). 그 하논이 응회환(maar형) 화산체와 분석구(scoria cone)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화산으로, 5만∼7만6000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습지의 천이과정을 제대로 알 수 있어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탄층(泥炭層)이 폭넓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생태 복원사업이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추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귀포 하논 분화구 습지 보전·복원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제주대 윤석훈 교수는 제1주제 '하논 습지의 보존'발표를 통해 "직경이 1000∼1150m에 달하는 하논은 함몰되지  않고 원형이 비교적 잘 보전된 화산 분화구로서는 국내 최대"라며 “형성 연대는 서귀포층과 삼매봉 분석구가 형성된 이후인 7만6000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또 "분화구 퇴적물은 화산활동이 종결된 이후 집적되기 시작해 초기에는 식생발달이 미약한 상태에서 약 7m 두께의 퇴적물이 집적됐으며, 그 이후 식생 발달과 함께 본격적인 습지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전남대 정철환 교수는 "분화구 습지 퇴적층 지하 5m까지 10㎝ 간격으로 50여개의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 대부분 시료에서 보존상태가 양호한 포자 및 화분이 풍부하게 산출됐다"면서 "특히 2m 하부에서는 초본류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 빙하기와 관련된 기후의 한랭화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제2주제 "하논 습지의 복원"과 관련, 김봉찬 자연제주 이사는 “최후 빙하기 시대에 일본 특산으로 알려져 있는 삼나무를 비롯해 제주도에서 이미 멸종해버린 가문비나무와 솔송나무, 너도밤나무 등의 꽃가루가 발견되고 있다”며 “하논의 생태복원은 생태숲·생태공원·생태도시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림청 김찬수 박사는 "제주도와 우리나라에선 멸종돼 지금은 볼 수 없는 종들을 복원하고, 빙하기 이래의 기후변동에 의한 식생 변화 과정과 앞으로의 지구 온난화 영향에 관련된 미래의 변화에 대해 전시하는 `빙하기공원'이나 `멸종생물공원'조성을 고려할 만 하다"고 제안했다.

하논은 현재 산남지역 최대 벼 경작지로 자리잡고 있다. 전체 면적은 25㏊. 이 가운데 14㏊ 가량이 논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앙대 안영희 교수는 "하논 습지에서는 16세기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논 농사가 이뤄져 왔고, 도로개설 등으로 원래 모습을 잃어버린 상태"라며 "충분한 사전조사를 거쳐 원 지형을 복원하고 황폐한 식생 등을 복원하는 등 생물 종 다양성 보전장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귀포시는 삼매봉과 `웃거지', `섯거지', `동거지' 오름으로 둘러싸인 하논 분화구 50만㎡에 오는 2005년까지 150억원을 들여 천연 생태 숲으로 복원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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