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의 첫 장을 펼쳐 본다.
오빠를 따라 정방폭포에 갔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그 아래 조그만 인형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돌멩이를 주워서 아래로 던진다. 그 조그만 인형들이 화를 내며 우리에게 뭐라 야단을 친다. 무서워서 종종 걸음으로 집으로 달려온다. 오빠는 내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게 해준다.
내가 태어나고 20여년 간 살았던 그 집은 정방폭포에서 200미터쯤 위쪽에 위치한 일본식의 다다미방이 있는 목조 건물로 일본 교사들이 살았던 학교관사이다.
정방천의 큰줄기는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가는 줄기는 우리집 앞으로 흐르는데 세 개의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 작은 개울은 김치독이나 수박 등을 담궈 두는 냉장고 역할을 해줬으며 빨래터가 되고 헤엄을 칠 수도 있었다.
무화과나무 포도넝쿨이며 다알리아, 왕벚꽃, 붓꽃, 나팔꽃이 있던 마당에서 돌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개울이다.
마을에서 뚝 떨어져 있어 또래의 아이들과 놀기 보다는 염소, 칠면조, 카나리아, 이름모를 새들이 내 친구였고 폭포와 그 위 작은 언덕배기가 내 놀이터였던것 같다.
샤갈의 그림은 내가 그리기나 한 것처럼 그를 읽을 수 있다. 지금은 갈 수 없는 고향마을을 떠도는 그 마음을.
프랑스로 망명한 샤갈은 러시아의 고향마을을 그리워하고 있음이다. 샤갈은 그 마을 위를 날아 다니고 있는 게다.
내 기억의 첫장에서 40년쯤이 시간이 흘렀다. 절대적인 사랑으로 나를 감싸줬던 가족들이 생각난다.
그 정겹던 집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