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르 봄이다. 입춘이 지난지가 20여일이고 엇그저께는 얼어붙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도 지났으니 봄이 온 건만은 사실인 모양이다.

봄이 왔다는 것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겨울내 입었던 두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오랫동안 장롱속에 묻어두었던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지난 21일에는 제주시내 낮 기온이 도내 기상관측사상 2월중 기온으로는 최고를 기록하는 등 봄은 시간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고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 어김없이 성큼 다가섰다.

그렇게 시나브로 우리들 곁에 다가온 봄은 지난 겨울이 너무나 견디기 힘든 절망을 경험했기에 더욱 의미있게 느껴진다.

지난 겨울, 제주는 너무나 길고 어두운 터널을 헤쳐왔다. 겨울을 코앞에 두고 터진 도교육청 인사비리 의혹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고 찬바람이 쌩쌩부는 겨울을 더욱 차갑게 했다.

그뿐인가 가장 깨끗하게 치러지기를 희망했던 지난달 제11대 교육감 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금품선거로 치러진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도민들을 경악시켰고 절망을 느끼게 했다.

수천만원의 돈뭉치가 발견되고, 얼마를 받았다느니 또는 뿌렸다는 얘기가 오가고, 수십명의 학운위원이 구속되고, 교육감은 취임식도 치르지 못한채 철창안에서 사퇴날자를 고민하는 처지에 전락했다.

그 깊은 지난 겨울의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제주교육은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면서 제주사회를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국내적으로는 어떤가. 코를 막아도 진동하는 불법대선자금 파문은 아직도 그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언제 마무리될지 감조차 못잡고 있다.

오늘은 어느기업이 누구한테 얼마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연일 터져나오고 몇십억, 몇백억 등이 연일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면서 이제 서민들은 돈의 크기에 대한 인식마져 감감해져 간다.

그뿐인가. 조류독감 파문으로 인해 양계농가와 관련 음식점들은 급격한 매출저하로 지금까지 냉가슴을 앓고 있으며 언제쯤 잠잠해질지 기약조차 못해 가슴이 숯처럼 타들어 가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 겨울의 터널은 그 끝을 보이고 있다. 봄이란 단어에 대해 무미건조하게 얘기한다면 우주의 질서로 인해 지구가 공전함에 따라 지구 시간으로 365일이 지나면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봄은 이같은 다분히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설명보다는 감성적인 의미를 부여할때 더욱 빛을 발한다. 봄은 설레임, 희망, 출발 등을 의미한다. 지난 겨울에 우리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을 맛보았다면 이번 봄에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구태를 타파하고 썩은 것을 도려내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항상 아픔과 진통이 뒷따르기 마련이다.

벌써 우리들 곁에 바짝 다가온 올 봄은 국회의원 제17대 총선, 그리고 교육감 보궐선거 등이 예정돼 있다.

장막같은 겨울을 밀어내고 소리없이 다가선 봄, 올해 갑신년 봄에는 내일의 희망을 갖게할 수 있는 모습이 발견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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