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의 일입니다. 광고영업팀장이 하소연을 하더군요. 도청에서 남들 다 주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령과 시행조례 의견제출, 2005 APEC 정상회의 유치」내용을 담은 광고를 투데이만 뺐다는 것입니다. 왜냐구요?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너, 까불지말라"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떡 반 나누듯 광고를 주면서 언론사를 길들이려는 의도는 아닌지요? 지역경제가 바닥이고, 광고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현찰 박치기'관공서 광고는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너무 촌스럽지 않습니까. 그 돈이 어떤 돈입니까? 혈세가 아니던가요? 우리가 도청
의 마름입니까?

최근 보도가 됐던 '케이블카'를 봅시다. 환경단체와의 첨예한 논쟁을 불러 온 케이블카 사업
이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하위법령 개정안의 '투자진흥지구 대상사업'에 포함돼 재논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모노레일 시설사업까지 시행령 초안에 사업대상으로 포함돼 있어 환경단체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니, 이런 말도 못합니까?

제주국제자유도시 7대 선도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신화·역사 테마공원은 또 어떻습니까? 이
사업은 개발 예정 부지가 곶자왈 지대를 비롯한 생태보전지역으로서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
으로 판명,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게다가 전체 부지 170만평 가운데 순수 공원부지는 8만평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위락시설물이지요. 그것도 지적 못합니까?

말이 나왔으니, APEC 제주유치 운동에 대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투데이는 작
년 9월 창간이후 줄곧 APEC 제주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해왔습니다.

창간하자 마자 9월16일자에 「APEC 주도권 잡아라」기획기사와 함께 이미 10월6일자에
「APEC 회의 유치 "정치 논리 배제하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제주·부산 각축 속에
4·15 총선이 개입되는 것을 경고했던 것이지요.

12월에는 경쟁지인 부산 현지 취재를 통해 「APEC 부산유치 범시민추진위」의 활동과 100만 서명운동, 결의대회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의 경우에도 범도민 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보십시오. 작년 9월 ‘2005년 APEC 정상회의 제주유치협의회’가 구성됐지
만 APEC 제주유치와 관련해 대도민 홍보전 등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이렇다 할 노력이
없었습니다. 지난 1월에야 2005년 제13차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뒤늦게 나마 시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범도민운동본부가 결성된 것이지요.

물론 현재 범도민운동본부의 역할과 활동방향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지난 5일 열린 집
행위원 회의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날 회의에선 "APEC 유치열기가 확산 안된다" "100만명 서명운동은 계획부터 무리가 있
는 것이 아닌가" "대부분의 홍보가 도내에서 이뤄지고 있고 효과가 의심스럽다" "제주보다
는 오히려 중앙에서 집중적인 홍보작업이 진행돼야 하며 정보통신 시대에 맞게 인터넷을 활
용한 유치홍보도 뒤따라야 한다"는 등 비판이 제기 됐습니다.

100만 서명운동에 대해서도 목표 달성은 커녕 즉흥적으로 추진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
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역할을 묻습니다. 단군이래 최대의 국제회의인 2005년
APEC정상회의 제주 유치는 제주의 브랜드 강화와 제주경제 활성화,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입니다. 미국 골프쇼나 보고 브라질 리오축
제나 보고…, 아니, 개최지 결정이 내일 모레인데 이 마당에 6박7일 일정의 APEC 해외시찰
은 또 뭡니까? 취재 홍보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시의성이 문제입니다.

앞서 거론했지만, 특별법·APEC 유치 관련 광고가 100만원 짜리인지, 200만원 짜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좀 치사하지 않습니까? '눈에 가시' 같은 기사를 썼다고 제주투데이
만 빼버리다니…. 아닙니다. 차라리 포기하지요. 그 광고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쓰러질 것도
아니고….

아니, 특별법 개정안 공청회 때, 혹은 APEC회의 유치와 관련해 출장을 갈 때 밥값으로라도 요긴하게 쓰여지면 더 값어치가 있는 일이지요.

제주투데이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또한 꾸준하게 APEC회의 제주유치를 위해 적극 나설 것
입니다. 특별법 개정안에 도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을 수 있도록 온-오프 두 매체를 활
용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물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지적하겠습니다. 언론으
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만약 이번 일이 비판언론 죽이기나 길들이기 의도였다면 다행히 실패한 기획입니다. 언론이
란 길들이려 해서도 안되고 길들여질 수도 없다는 대명제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지자체 광
고가 저잣거리의 장사꾼 보다 더한 흥정과 거래의 수단일 수는 없습니다. 제주도와 제주투
데이의 악연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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