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억에 남는 공연이 하나 있다. 윤도현밴드(이하 윤밴) 제주콘서트다. 장소는 한라체육관. 단 1회 공연으로 지난 1983년 개관이래 가장 큰 수익을 남긴 게 윤밴 공연이다.

3시간 공연을 통해 1200만원의 임대료를 제주시에 안겼다. 입장료 판매액의 10% 수준. 당초 계획대로 입장료 판매액의 20%를 받았다면 2400만원이다. 이만한 경영수익사업이 있을까? 물론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윤밴은 이번 제주공연을 통해 문화가 산업이라는 것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윤밴은 2003년 7월23일부터 1주일만 쉰 채 꼬박 8개월여동안 전국 30개 지역에서 공연을 펼쳐 왔고, 이번 제주공연이 그 종착역이었다. 국내 가수들의 전국투어 공연가운데 최다 기록을 세운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윤밴 공연을 위한 스탭들만 해도 120여명이 동원됐다. 한끼 식사를 해도 100만원이다. 게다가 팬클럽 회원들이 가세한다. 오는 14일 한라아트홀에서 개최되는 '자전거 탄 풍경' 공연에도 100명이 넘는 팬들이 제주를 찾는다. 라이브 무대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주관광에 큰 보탬이 된다.  

더욱이 방송·신문 연예담당 기자와 윤밴 팬들의 이목이 한라체육관에 집중됐다. 제주홍보는 저절로 이뤄진다.

물론 그들은 문화소외지역’일수록 반응이 더욱 뜨겁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지방의 공연장이 열악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기획사는 대개 지방공연을 꺼린다. 가장 큰 문제는 공연장이다. 공연을 위해서는 체육관, 대학 강당 등을 빌려야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음향, 전기, 조명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공연장 운영진도 없어 지방 공연을 위해서는 티켓 받는 사람까지도 서울에서 동원해야 한다.

더욱이 서울에서 보다 입장료를 80% 정도로 낮춰 받는다고 한다. 수지를 맞춰야할 기획사 입장에서는 지방공연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문화를 생각한다. 문화는 산업이다. 상품의 문화화, 문화의 상품화를 위해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제정된 후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고부가가치 문화산업 육성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제주지역에도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를 쫓아 몇몇 기업들이 ‘국내 최대 관광지’라는 이점을 살려 공연문화를 중심으로 상품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더욱이 문화산업은 침투성과 파급성이 큰 고부가가치의 무공해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업체들의 움직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주)난장 컬쳐스가 그렇고 한국적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비언어극) ‘난타’가 제주에 상설 공연장을 모색하고 있다.
난장컬쳐스는 사물놀이 세계화의 주역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기도 한 김덕수씨가 사물놀이를 중심으로 공연기획·상설 공연장 운영을 추진하는 복합문화사업체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지역에 상설공연장을 건립, 사물놀이 등 전통문화공연을 무대에 올려 일본의 가부키나 중국 경극처럼 관광문화상품으로 키울 예정이다.

난타’의 제작 겸 대표 연출자(국내외 수많은 연출자들이 이 작품을 만들고 다듬는데 참여했다) 송승환씨도 제주공연장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할 일이 많다. 우선 기반이 얇다. 문화 향유층도 그렇고 인프라도 그렇다. 문예회관 대극장은 여전히 문턱이 높고 도민 가운데는 문예회관 전시실에 돈을 내고 가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무대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서울에서 멀어지면 수익까지 멀어진다는 인식이 공연 기획사의 머리에 박혀 있다.

대구지역의 밀라노 프로젝트. 또 부산하면 영화 ‘친구’가 생각나고 영화제가 떠오른다. 공장과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인 ‘베드타운’정도로만 알려졌던 경기도 부천시는 오랫동안 추진해온 문화벨트 조성 사업 덕에 이미 수도권 서부의 문화 중심지로 떠오른 지 오래다.
문화산업은 시간과 함께 곰삭아서 더 귀해지는 오래된 술과 같다. 생명력이 길다. 지자체에 대해 인식전환을 주문한다. 난 라이브 공연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된 공간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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