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뜰에는 도난 당했다가 찾은 동자석 일곱 기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도난 당한  동자석들은 도둑질하여 지난 해 육지로 실어 내가려던 것을 제주해양경찰이 부두에서 붙잡은 12기 중 일부를 주인들이 찾아가고,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일부를 박물관에서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도 조상 무덤의 동자석을 잃어버린 입장이므로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았다.

그러나 눈에 익은 우리 고조와 증조 무덤의 동자석은 아니어서 그냥 돌아왔다.
최근 몇 년 간 동자석의 도난은 우리 가정뿐 아니라 한두 군데가 아닌 데에 놀랐다. 마을마다 모양이 다르며, 조형미가 뛰어난 이 동자석들에 대해 10여 년 전부터 문화재 지정을 건의하는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당국은 “그 많은 것을 어떻게 보존하느냐?”는 이유 때문에 지정을 미뤄왔다. 그것이 도둑놈들에게 호기를 제공한 셈이 되었는데, 서둘러 지정을 했더라면 그나마 어느 정도는 보존을 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담당자들 보신만을 위했던 딱한 예의 하나이다.

문화재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주도의 국가지정문화재는 보물 2건, 사적 5을 비롯하여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 중요민속자료를 포함 모두 50건이며, 시도 지정 문화재도  94건으로 2건의 문화재자료까지 포함하여 모두 146건이 지정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서 가장 오랜 선사 유물이 발굴되었으며, 유구한 역사와 특이한 조상들의 생활상에 비추어 볼 때 턱없이 모자란 숫자다. 근해 어로를 하고, 특히 퇴비 대용의 모자반(망) 채취에 큰 몫을 했던 테위(떼배)도 이제 예전 모습의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더구나 제주의 쟁기는 다른 지방 것에 비해 양지머리가 붙은 특이한 구조로 마땅히 보존해야 하는 것인데도 손을 놓고 있다. 쟁기는 경운기가 생긴 이래 아무 쓸모 없어져 계속해서 사라져 가는 데도 무슨 심술인지 지정을 미루고 있다. 어구와 잠수들이 사용하던 특이한 민속자료들도 보존이 안된 채 세월만 흘러간다.

전통문화에 창의를 접목하는 것이 이상적인 문화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통문화의 자료들마저 흩어진 채 사라져 가는데도 문화재전문위원들은 해마다 수십 차례씩 회의를 하면서 무슨 의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일이다.

조상들의 살아온 생활에 대해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없는 것 아닐까.
게다가 자치단체들이 해마다 몇 차례씩 치르는 그 흔한 지역의 문화제도 어느 것 하나 전국적인 인정을 못 받고 있지 않은가.

그 중 제주섬문화축제 같은 것은 잘 기획되고 기대를 갖게 하는 축제였는데도 두 차례의 운영 미스를 이유로 아주 폐지하고 말았다. 그런데 뒤늦게 강릉시가 그와 비슷한 행사를 22개국, 31개 공연단을 초청하여 오는 6월부터 치르고 있으니 우리는 먼저 잡았던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제주의 예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난 한 30년, 앞으로 썩 나가지 못하고 전진과 후퇴를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이런 원인 중 첫째는 무엇보다 숙련된 지도자들이 없는 데에  있다. 어떤 일보다 사람을 훈련시키고, 사람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도 2년만에 열린 도문예진흥위원회가 문화재단에 맡겨 세운 문화예술중장기계획을 아무 토의도 없이 무사통과 시켰다는 후문이다. 제주의 문화예술 시계를 언제까지 고장난 채로 내버려둘 것인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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