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끝섬 한 자락에 우뚝 솟아있는 한라산.

지난 25년 동안 신문사 사진 기자로 재직하면서 한라산 생태를 집중 조명해온 서재철씨(徐在哲·57·자연사랑 대표)가 '제주도 야생화'(일진사 간.3만2000원)와 '제주도 버섯'(일진사 간.1만6000원)을 출판했다.

제주도생태영상 시리즈로 내놓은 이 책은 제주도의 야생화와 버섯의 숨은 의미와 감춰진 아름다움을 재발견토록 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탁자 위에 놔두고 보고 있으면 사진에서 들꽃 향기가 맡아지고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않는 지은이의 집념이 가득하다.

서씨는 눈을 감고도 한라산 어느 자락에 가면 어떤 꽃이 피어있는 지를 안다. 그 꽃들이 부르니 가서 찍을 수 밖에 없다는 그다.

노루귀, 깽깽이풀, 애기똥풀, 쑥부쟁이, 홀아비바람꽃.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옛날부터 우리 산천을 지켜온 소박한 우리 들꽃들이다.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않는 지은이의 집념 가득"

야생화는 장소를 가지리 않고 뿌리를 내린다. 선명한 꽃 색깔과 향기는 그 지혜중의 하나다. 바람 불고 외진 곳에 사는 처지라 벌과 나비을 어렵게 만나는 그 귀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야생화는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예를 들어 원추리는 색깔이 무척 곱다. 반면 박꽃, 달맞이꽃은 초라하다. 저녁에 피는 것들이어서 색깔과 모양이 초라한 대신, 향기가 무척 진하다.

꽃의 짙은 색깔과 향기는 절박한 상황에서 종족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다.

'제주도 야생화'는 야생화가 피는 계절별로 실은 화보집으로서, 식물 전문용어를 우리 말로 쉽게 풀어썼으며, 부록에 있는 '야생화 제주이름'은 제주도 식물 방언연구의 초석이라고 볼 수 있는 귀한 자료집이다.  

장미, 튤립 등 외국 꽃들은 시각적 즐거움을 줄 뿐이지만, 우리 들꽃들은 소담한 아름다움과 함께 온갖 사연도 담고 있어 알면알수록 재미가 깊어진다.

30년 이상 버섯만을 연구해온 조덕현 교수(우석대 생명공학부)와 함께 만든 '제주도 버섯'은 한라산이 버섯의 보고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버섯은 산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생명체로 빗깔의 아름다움, 쉬 사그러짐으로 해서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버섯을 두고 '대지의 음식' '요정의 화신' '신의 작품'이라고 하지 않은가.

물론 이같은 표현은 짧은 생애를 마치고 사라져 땅을 비옥하게 한다는 관점에서, 보는 사람을 유혹하는 현란한 색채에서, 그리고 먹으면 맛과 영양으로 유용하게 이용된다는 점에서 나온 말이다.

어쩌다 독버섯 때문에 세상을 시끄럽게 하기도 하지만 이제 '생명의 신비'는 버섯 속에 담겨져 있을 만큼 귀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버섯의 생태와 특성을 생생한 컬러 사진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라산은 아열대기후에서부터 아한대 기후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기후대가 형성돼 국내에서는 가장 다양한 버섯이 자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밝혀진 버섯종류만도 400여종이 훨씬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소한 버섯이 무척 많다. 무리우산 버섯, 족제비눈물 버섯, 계란모자 버섯, 턱수염 버섯, 수실 노루궁뎅이, 콩두건 버섯.... 불로초과의 버섯으로 영지(불로초) 외에 잔나비걸상도 생소하다.   

자연을 보호하라고 말로만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과 자연 속으로 들어가함께 관찰하고, 가능하다면 직접 가꾼다면 그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을 것이다. 그 때 우리 곁에 '제주도 야생화''제주도 버섯'과 같은 생태 영상시리즈는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다리가 되지 않을까.

서씨는 제주신문 사진부장과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을 지냈다.

1990~1995년 사진집 '자연다큐사 - 한라산' , '한라산의 노루' , '한라산의 야생화' 등을 펴냈고 도채(盜採)꾼들의 한라산파괴의 현장 고발사진들로 79년 한국기자상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 1920번지 옛 가시초등학교에 제주의 사계가 담긴 사진 갤러리 ‘자연사랑’을 열었다.

한편 서씨는 앞으로 '제주도 새'와 '제주도 곤충''제주도 말.노루'등의 제주도생태영상시리즈를 더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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