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들풀이었을 때
벌판은 쏟아져 강으로 흐르고
흘러서 나의 자유는
탓할 것 없었네

…………<중  략>…………

나의 자유는 오랑캐꽃
미나리아재비
민들레 씨앗으로 날아오르던
내 살점의 꽃들

예감하는
소금기로도 남아 있었다


 -허영선 시집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1983년)에서

 

 

<지은이> 허영선(1957~    ) : 제주시 출생.
 제주대학교 졸업. 제주신문 기자,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역임.
 1980년 ‘심상’신인상 당선. 시집, ‘뿌리의 노러외 칼럼집, ‘섬, 기억의 바람’등. 민족문학작가회 회원.

 


‘들풀이었을 때’와 들풀이 아닌 현실에서의 의식 대립은 시인의 비극적인 삶의 상태가 내재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일체이면서 동시에 다른 존재, 이분법적인 의식의 흐름은 추억의 본질 속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작고 초라한, 그러나 가장 강한 생명의 원초인 야생화들 그것들은 시인의 젊은 날의 살점이었고, 고통과 열망의 파편들이었다.
‘예감하는 소금기로도’ 조금은 남아있는 유년의 기억으로 시인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문행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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