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미우리신문(5월28일 조간) 독자란에는 다음과 같은 투고기사가 게재됐다.

홋카이도 삿포로시에 살고 있는 83세의 다카하시 사치 할머니가 쓴 <만 100세의 어머니>라는 글이었다.

"어머니가 금년 1월에 만 100세의 생일을 맞이 했습니다. 어머니는 자동차로 약 6시간 걸리는 곳에 남동생 부부와 살고 있는데 무척 건강합니다. 이번에 오래간만에 어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돌아올때 저는 어머니께 용돈을 조금 드리고 어머니가 짠 양말 두컬레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집에 와서 양말이 든 주머니를 열어보니 봉투가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용돈하거라>는 편지와 돈 만엔이 들어 있었습니다.

딸이라고 해도 83세 입니다. 100세가 되어도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어머니의 자상한 마음씨와 고마움에 눈물이 넘쳐 흘렀습니다.

어머니의 건강과 행복을 빌면서 어머니를 보살펴 주는 동생 부부에게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이글을 읽고 필자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었다.

필자의 어머니는 올해 92세이신데 제주시 삼양에서 혼자 살고 계시다.

자동차로 약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필자의 형님이 사시면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건강하고 자기대로 움직일 수 있는 한 혼자 사시겠다면서 동거를 권유하는 형님 부부의 의견에는 딱 잘라서 반대하신다.

1년에 한번 쯤 고향을 가는 필자는 그때마다 어머니께 심한 꾸지람을 듣는다.

매일 밤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가니 부처님도 용서 못할 것이다.

지난해에도 마루바닥을 치면서 당장 일본으로 돌아가라면서 취한 술이 확 깰 정도로 심한 호통과 꾸지람을 들었다. 새벽 2시의 일이었다.

알았습니다. 내일 당장 일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배가 고픈데 밥먹고 싶습니다.

심하게 나무라던 어머니도 배가 고프다는 아들의 말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밥상을 준비해주신다.

자동차 소리가 들릴 때 마다 아들이 오는가 싶어서 대문 열고 나가봐도 아니라면서 호통치며 꾸짖던 어머니의 모습은 어느 사이인가 반찬까지 챙겨주시는 자상한 어머니로 돌아왔었다.

58세인 필자는 아직도 어머니가 무섭고 또 가장 좋아한다.

필자만이 갖는 모성애가 아닐 것이다.

누가 설문지에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쓰라면 필자는 서슴지 않고 <어머니>이다.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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