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사리  사지 말라고. 젯상에 올리는건 아무데서나 꺾으면 안된다고 하시며. 여든을 바라보는 연세인데도 허리에 지압벨트를 하고 딸에게 줄 고사리 꺾으러 들판을 돌아다니신다. 왜 어머니는 시집간 딸네 제삿상까지 걱정을 하시는지......
내 사는게 힘들다고 바쁘다고 얼굴한번 들이밀지 못해도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이 행복만을 염원하는 어머니에 대한 유년시절의 기억 하나.

“아악! 저리가”
허우적거리는 내 손을 꼭 잡아주며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러냐?”
“응 아주 무서운 사람이 우리집에 들어와서는........너무 무서워”
“아유 이런......”
등을 도닥거려 주시며 무릎 꿇고 기도하시는 어머니와 그 방 벽에 걸려 있었던 그림.
우리 식구들의 일상을 늘 바라보았던 그 그림은 내 유년시절의 중심에 서 있었다.
비가 내리면 ‘따다닥’ 빗소리가 요란하던 양철집.
안방, 식당이며 거실이기도 했던 그 방.
낡은 액자 속에 빛 바랜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
나도 모르게 제일 먼저 눈길이 닿던 예수님 모습.
그것은 그림이 아니라 종교였다.

슬프고 지쳐 보이면서도 전부를 내줄 것 같은 예수님 얼굴과 너무 미워서 째려보았던 돈주머니를 들고 있는 유다.
나의 눈에는 선과 악의 대립인 신과 인간의 상징물이었으며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만난 그림이기도 하다.
「최후의 만찬」은 그리스도가 처형되기 전날 밤 그리스도와 12명의 제자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사순절이면 그림 속의 유다를 더 미워했던 기억이 난다.
두 손 합장하고 바라봤던 예수님의 얼굴.
지금 찬찬히 보면 배경 건물을 투시원근법으로 처리했음을 알 수 있다. 소실점이 그리스도의 머리 위에 오도록 그렸으니 저절로 눈길이 멈출 수 밖에.... 거기에다 등장인물들의 시선까지도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배치한걸 보면 다빈치의 IQ가 250이라는 설이 나올 법도 한 놀라운 발상이다.

내 어머니는 다빈치가 누군지 모른다.
아마 지금도 어릴적 나의 시선으로 그 그림을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그 그림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라고 굳이 알려드리고 싶지 않다.
당신의 깊은 신앙으로 가슴에 새겨진 그 잔영을 감히 어떻게 흐트릴 수 있겠는가.
「최후의 만찬」을 볼 때면 어머니의 젊었을 적 아름다운 모습이 떠오른다.
언젠가는 그림을 보며 후회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지만.....
어머니! 내년에도 그 다음 또 다음 해에도 고사리 많이 꺾어서 저에게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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